너 미지의 밤이 내게 준 여인
|
| |
|
|
| |
| |
| |
너 미지의 밤이 내게 준 여인
―――― 초저녁 검불 이는 소리 담장 밑을 몰려간다.
어둑한 골목길 붉은 외등 전신주에 걸리다, 살며시 추녀로 내린다.
집들 정겨운 불빛 호롱불 마냥 한산한 빈터에 자주 몰려간다.
옛 이야기 같은 서러움 와락 하니 전신으로 밀려와 가슴에 스며든다.
이런 날 저녁 아련한 그리움도 몰려와 여인의 지환 같은 반짝임이나,
봄날 우련 붉은빛 앵두꽃 같은 여인을 절로 생각나게 한다.
무료한 생각 끝에 커피를 마시고 액자 속 술잔 든 이집트 여인 그림을,
항구에 정박한 배들 파도가 주름 짓는 물결 그 해변 길을 연상하나
밤은 수석 무늬같이 알 수 없는 고요한 침묵으로 시종일관한다.
일어나 창을 열고 뜰을 주시하나 거기 무엇이 나로 하여금
달디 단 과육이 빗어낸 발효주 마시듯 나를 취하게 하는가?
너 밤에게 묻나니 내 정신을 몽롱하게 할 여인은
네 옷자락에 감쳐둔 미지의 밤이 나에게 준 선물인가?
2001 11.8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