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수수밭을 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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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수수밭을 지나다 ,
――― 이 지치고 무거운 삶의 짐 나 아니면 또 누가 지고 갈까
시간은 밤 11시 이 생각 저 생각 하도 혼란해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다 .
평생 아집과 소외감으로 고독으로 거의 독신으로 일관하였으나
그 아픔 속으로나 삭일 뿐 칠흑 같은 어두움만 나를 지붕을 치고 간다 .
만년에 이르러 내가 마신 술로 나 좌절하나 어두운 심사 여러 갈래로 갈라져 ,
내 집 방에 죽음이 내린들 내 잠자리가 번뇌로 가득한들 무슨 소용이랴
어느 날 밤 수수밭 지나다, 수숫대 흔들리는 그 공허하고 침울한 소리 바람소리 !
번갯불로 달려와 가슴을 치나 아하 저 소리 곤혹한 내 인생사로구나 !
이후로 우거에서 두문불출 한촌에 칩거한지 어언 20여년 되어간다 .
인생이란 실로 불가사의한일. 나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
길가 외딴 무덤 지나도 의문 절망 갈등 문득 불같은 화살로 날아 ,
탈저와 같은 고통으로 가슴 찔리우나 이 또한 불가항력지사 !
남은 목숨동안 살아온 일 글로 남길 작업으로 소일한다 .
2001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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