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장대비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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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월 장마 소강상태로 빗줄기 먼 산 스쳐가나
관수재 좁은 뜨락 헛간 철문 담장 어디나 음습한 바람 절로 일어난다.
미쳐 깎아내지 못한 뒤란 벽에 자란 흰 풀꽃 시선 닿을 때마다 웃고 있으나
사방 어디나 용래처럼 훌쩍 훌쩍 울며 흐느낀다. 장마철 이 장대비 오는 날에
그려 심사 울적한 이런 날 버들 덮인 주막에나 나가 술이나 두어 되,
마신다면 몰라도 답답한 시름 좀체 풀리질 않아 상암 대추밭길로 나섰다.
수목을 덮은 검은 구름 성난 맹수 같아 아득히 들판 덮은 비구름 용트림하듯
허공을 제압하나 각종 건물 밀집한 대로변이건 수수밭사이로 난 뱀처럼
기어간 실 금 같은 길, 하나같이 식욕 왕성한 여름을 살찌우나
내 시선이 차마 멈추지 못한 저 허공의 장대한 크기 그만,
나를 압도하듯 보라 느릅나무 이 무더운 날에 와들와들 떨며
외마디 비명 지르고 사나운 폭우 내려 길과 숲 어디나
골목과 집들 지붕을 창문을 전신주 세차게 후려친다.
2001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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