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떼들과 연못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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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떼들과 연못에서
── 맑은 연못물에 물고기들이 모여들고 있다 .
고기떼는 세차고 빠른 동작으로 꼬리치며 먹이를 채가듯이
한곳에 모였다가는 각기 처음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 .
물끄러미 나는 물 속을 들여다보며 생각하기를 ,
항상 선한 일을 하고자 하는 우리의 감정도 이와 흡사하고
또 불꽃같은 그대 눈에 이끌리어 그 중심을 찾아 다시 오듯이
은연중에 이러한 점이 나를 사로잡고 황홀하게 느껴지기도 하나
조금도 멈추질 않고 움직이는 것 또한 나의 흔들리는 번민과도 흡사하다 .
또 이렇게 하루 해 기울 때까지 종일 연못가에서 보내고 있으나
나는 돌처럼 움직이지도 않으며 수면을 고르게 떠올라 와서
먹이를 던지기만 하면 입을 벌리는 저놈들과 친하고 싶다 .
허나 어찌 그뿐이랴 저놈들 싱싱한 몸체와 매끈한 피부를 ──
그리고 오만하기까지 한 날랜 동작으로 먹이를 물고는
물 속 깊이 가라앉아 오래 오래 위의 충족감을 즐기는 그 단순한 즐거움을 ──
아 그런데 나는 소연한 슬픔이 나를 감싸고 있는 동안에는 시름겨운 ,
아무도 모를 이런 연못가를 서성거리며 깊은 한숨을 쉰다 .
파리한 내 얼굴에는 이미 지난 날 행복하던 시절은 사라지고
그러한 흔적조차 다시 찾을 수 없는 지금에는 다만 하루하루가
작은 가슴에 괴로움 쌓이고 쌓여서 그 괴로움 무거워진다면 ?
이토록 괴로운 슬픔이나 머지않아 잊히게 되는 것을 ...
1968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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