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여쁜 아가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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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사시나무에 깃든 가을날 바람을 풀어
네가 날 부르는 소리 언덕을 지나 들길 멀리까지 들려가게 하라
어쩌면 네 목소린 내겐 달콤한 잠과 같고 아늑한 집과 같아
네 목소리에 이끌려 나 편히 쉬고 싶으나 눕고 싶으나
세상 어느 곳이건 이제 네 모습 아무 데서도 다시 볼 수 없구나
밤마다 저 은사시나무에 바람이 오면 네가 날 부르는 소리
침실 창문을 흔들어 날 깨우나 너 어여쁜 아가씨여 !
내 너에게 혼을 빼앗긴 이후 나 이토록 어두운 숲을 헤매거늘 ,
파도가 해변에 밀려오듯 나에게 전신으로 오는 너야말로
생을 목숨을 건 내 모험이요 불꽃이요 단호한 도박이다 .
너는 들어라 내 사랑 묘혈에까지 가져갈 영혼의 가녀린 숨결이나
현악에서 울려난 잠도 없는 해변의 영원한 노래이다 .
2001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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