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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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
사방 물안개로 흐린 날
가까운 무학산이 고도처럼 멀고
희미하게 보인다
거실에 걸린 십자가를 보고 있으면
그분에게 가까이 가고싶어진다
문득 서가에 꽂힌 히메네스를 쳐다보다,
무화가과나무 열매가 모게르지방의 새벽을 열 듯
지천으로 깔린 봄날의 복숭아꽃을 떠올린다
서늘한 시심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가부좌로 앉아 새벽묵상에 잠기다,
시어하나에 고심했던 젊은 날이 떠오른다
이렇듯 흐린 날은 안개가 홑이불이 되어
시심을 덮는다 눈이 젖는다
* 모게르- 히메네스가 태어난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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