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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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손님 여기, 여기에 앉습죠!
술은 어느 놈이 좋을까요? 옳지 저기 저놈
한번 마시기만 한다면 손님 창자쯤은 몽땅 끊어낼 정도인
저런 독한 술이 좋겠지요 자 어떻습니까?
처음에는 조금씩 그렇지요 한 모금쯤은 목을 축이시고
그 다음엔 아찔할 만큼 혀와 목구멍에서 선생의 몸 속 벌레가
꿈틀거릴 만큼 세상시름 돈 걱정 없이 그저 마시는 것입지요
우리 같은 놈이야 하도 이런 일에 오래 젖어있어서
딱 한번, 손님 얼굴 쳐다보기만 한다면 그저 호주머니 사정이 어떤지
그렇지 않으면 두둑한 분이 신지 이렇게 배운 재주로 알아맞춥지요
어이쿠! 선생, 벌써 열 잔술이 넘습니다요.
어엇! 저것 보게나, 이제 술이 활개를 치는 모양이군
에구머니나 그예 상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군
이것봐 뭘 꾸물거리나, 어서 저놈 주머니에서
적당히 있는 것을 빼낸 다음 문밖에 던져두게나
저런 자의 시끄러운 주둥이는 그저 이렇게
인정사정없이 막아두는 법이라네
그렇지 않은가 시인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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