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아니 즐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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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아니 즐거운가
내가 어디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는 지 알 수 없다
어머니 태중에서 나온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자궁에 있기 전엔, 죽은 후엔 어디서, 어디로 갈 것인가
나고 죽는 것,
향연에서조차 죽음을 맛본자의 가슴을 뚫고 지나간 것은 무엇이었까?
하는 일 없이 길을 오가는 나처럼 범상한 머리론 무엇을 볼 수 있을가
밭에 나가 일할 때 소나무 숲에서 나는 바람소리나 제대로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불가와 인연 없는 나는 고작
교회나 잘 다녔을 뿐
달리 한 일도 없다
관수재 좁은 마당만이 유일한 휴식처
다만, 저 등나무 잎을 흔들면 이 또한 아니 즐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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