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이상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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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이상한 침묵
파도가 밀려오는 사장에 폐선 한 척이 놓여있다
반쯤은 등대 쪽으로 기울어지고 눈은 바다를 향해 있었다
날지 못하는 갈매기나 뜨지 못하는 배는 심장이 헐리고
갈매기는 빈 배의 심장이 뜯긴 그림자 밑에 던져져있다
양철지붕 집들 푸른 해송, 바닷바람에 흔들린다
해조음과 바다 사이에서 구름이 오고 깃발이며 고동소리...
그립지 않는 것이 없으나 지금은 깊은 잠에 들었다
아니 바다 심층의 산호초나 물고기 사이를 유영하다,
아이들 전쟁 놀이터가 되고 빈소라 껍질 속 해저의 침몰로
수부들 거친 손이 스민 격랑의 고통으로 신음한다
선실의 깨어진 유리며 심장이 뜯긴 자리에 꽃과 풀들이 자라
해풍이 올 때마다 몸 전체를 떨고 있다
바다의 암벽을 앓는 묘지의 침울한 바람!
파도 위로 오는 물결에서 차디찬 시간의 수백 년 전 침묵이
갈매기 울음소리도 아니 오는 묘지의 침묵을 앓는다
나는 쓸쓸한 해변 모래밭을 오늘 걷고 있으나
저 집들의 그늘이며 유리문들이 밤에는 등댓불과 교신하나
살아있을 때와 죽을 때의 이상한 교감이 발밑에 밟히는
파도의 눈물로 밀려오다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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