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함 등燈
|
| |
|
|
| |
| |
| |
성체함 등燈
―――― 이따금 성당 그늘은 성모상 앞에 머문다
거기 빛의 둥지에서 여인이 낳은 가장 성스러운 사랑도 원죄 없이 머문다
내 눈물과 기도에서 석류 속 같이 터져 나온 여인, 수난절 새벽이면
더없이 생각난다 지난날은 수레바퀴 마냥 내게서 굴러갔으나
아득한 세월 저쪽 종각 밑에서 제비꽃으로 피어났다
성스러운 사랑에서 꽃핀 여인이여!
내 마음이 당겨질 대로 당겨져 시공을 넘어 쏘아진 화살
그대 가슴에 꽂혀지고 난 이후 이토록 나는 정지된 시간 속에 있다.
루피오의 그림에서 받은 영감 시의 불꽃을 만들기도 하였으나
내 마음이 미처 준비도 되기 이전에 이미 그녀의 눈빛은
번개보다 빠른 속도로 내 마음을 요동할 수 없는 그물로 감아 올려
나는 그 사랑의 덫에서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누렸다
빛살은 지금 정오의 활기로 넘쳐나고 하늘은 구름 흘러가나
어두운 제단의 성체함 등燈만이 내게 위로가 되었다
어느 수난절 새벽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