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의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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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의 그리움
빛살 하나 유리문에 꼬여들고
기척 없는 골목은 홑이불 같은 구름을 덮고 있다
목련가지 하나 삐죽이 담장 위로 나오고
나뭇가지 그림자, 도랑물에 후두둑 떨어진다
벽시계 두 번 울리고
유리문에 걸린 구름 저 혼자 일어나 가고 나면
푸석한 돌가루 같은 바람 제풀에 풀풀 날리고
고풍스런 대문은 삐걱거린다
단조로운 그리움이 대문 사이로 빠져나간다
뜰을 지나 차고 앞에 오자
낯익은 피아노 소리, 앞집에서 들리고
멀리서 마른 우뢰와 무거운 구름이 몰려온다
보랏빛 라일락 후둘후둘 마구 떨고
벽시계 은밀하게 세 번 울리자,
따스한 햇살 속에서 옛아픔이 되살아난다
무너진 담장 옆 무성한 버드나무, 향교 지붕 위를 덮고
향교는 백 년 전 침묵을 불러낸다.
라일락 고운 꽃으로 피어나는 이여
신선한 빛살 속을 남몰래 젖은 채 걸어오는 이여
그대, 청순한 아름다움 또한 드맑은 열락으로 인도하고
나날의 새로운 그리움을 잉태하며
오래전 그리움으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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