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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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관 앞에서
그날 나는 종묘 긴 담을 끼고 돌다,
원남동 네거리 사진관 앞에 앉아있었다
서울대병원의 육중한 시계탑
시침이 세 시에 머물고
벚꽃 눈부신 창경원 궁문 앞엔
모여선 행락객들 개미떼처럼 바글거리고 있다
소낙비가 내릴듯 먹구름, 뱀 또아리를 틀고
경찰이 네거리 중간에서 교통을 정리한다
하늘 높이 날던 새떼도 순간, 비상을 멈추고
무거운 정적만 하늘을 덮는다
인화에 실패한 필름을 들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탄다
도로에 장대비 마구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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