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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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
글을 쓰는 동안 당신은 다소곳이 앉아 있고
구룡사 대웅전 뜰에서도 당신은 내 옆에 있었다.
외출한 사이 당신은 부엌에 들어
저녁을 짓고 밥상을 차려 놓는다.
삶의 신산함에 얼굴을 찡그리며 돌아와도
당신은 환한 얼굴로 감꽃 같은 해맑은 웃음으로 나를 맞았다.
어느 날 당신은 병실에 누웠고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까마귀 낮게 깔리는 하늘
나는 영정과 함께 당신을 묻었다.
이제 어디에도 당신은 없었다.
심장을 찢는 고통 속에서 불현듯 당신을 보았다.
끝내 떠날 수 없었던 당신은
우렁각시처럼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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