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쓰러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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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쓰러지리라
길을 떠나 아찔한 벼랑 끝에서 비틀거린다.
지난날 가슴 뛰던 열정 사랑은 어디로 갔는가?
세상 직위에 연연하거나 날선 비수를 가슴에 품은 일도 없다.
스스로 시의 운을 깨우쳐 우리 모국어를 사랑하였고
남과 다투거나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 일은 하려하지 않았다.
격렬한 시인 보들레에르를 私塾하고
오든 예이츠 괴테 소월 미당을 따라
생업인 약국도 집어치우고 시에만 심취하였다.
세월은 흐르고 옛 아픈 사랑도 기억 속에 희미하다.
한 때 영혼을 떨게 한 여인도 잊은 지 오래다.
기억은 거미가 묘비에 집을 지을 때와 같아
달콤한 추억의 칼날은 시든 풀꽃 위 이슬로 사라졌다.
임종의 날은 어느 날에 올지 모르나 바삐 오리라
바람 부는 날 보도에 서있거나 차도를 지날 때는
그림자 길고 종소리 멀리까지 울리고
거기 한적한 곳에 나는 쓰러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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