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숨결 같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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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숨결 같은 봄
봄은 들길로 오고 나에게도 살포시 다가온다.
물오른 가지의 새순 잔잔하게 불어온 바람을 시샘하듯
3月 하늘은 집들 유리문에 갇힌 차디찬 겨울그림자
앞집 버들가지 와들와들 떨 때마다 떨고 뜰 안에
노란 꽃을 가지에 피운 꽃들의 고운 빛깔 담장과 골목을 지나
포도밭 적막한 산길을 달려온 봄의 전령은
헛간의 녹 쓴 쇠사다리와 전신주 푸른 웅덩이 물에 고여 들다
긴 기지개를 펴자 지붕을 치고 간 바람의 따가운 울음소리에
봄은 왔으나 길가의 묘비석 마냥 차갑고 쓸쓸하다.
생명의 탄생 구름의 곡예 나선을 틀며 싸늘한 하늘에
봄 그림을 유도하나 칙칙한 채감에다 나는 어떤 질감을 더할까
푸라테로의 울음소리로 석양의 핏물로 버들에
까치집을 그려낸 간밤의 소란과 꽁꽁 얼어버린 마음을
고운 꽃 빛살로 그린다면? 가슴에 파놓은 음울한 덫에
고요한 물결로 밀려온 눈부신 벚나무 꽃은 운흥사 마당에
고양이 숨결로 피어난 봄은 어떤 물감을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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