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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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릴케에게 바치다
여기 가을 통하여 가는 길은
저 밍밍한 구름과 피빛 붉은 나무가 있습니다.
이는 유랑하는 자의 슬픈 계절입니다.
그러나 나는 조락하는 계절의 이 하루를 사랑합니다.
또 이랑을 넘쳐나는 수확의 기쁨을 자랑합니다.
주님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허지만 저 해원의 침묵을 부수는 요란함은 무엇입니까?
마른풀이 우뢰 속에서 떠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쓸쓸히 낙엽은 나무숲에서 외칩니다.
음산한 돌풍과 구름은 대지의 불을 끕니다.
그리하여 대지는 차디찬 죽음의 기운이 스며와
저 유랑하는 자의 이마에 머물다 갑니다.
주님 전에 나는 영원한 것을 약속하였으나
길을 떠나고 나서야 깊이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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