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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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마음은 산란하다.
내리는 비는 슬프고 흐린 하늘은 저만치 아득하다.
마당가의 푸른 버들나무 물방울 가득이고
나는 한 잔술로 시작하여 열잔 술에 취하나니
그렇구나. 오늘은 어머님 돌아가신 기일
세상사 뜬구름 같아 좋은 일 굳은 일 어디 있겠는가
이리 가까이 와서 그대 섬섬옥수로 술이나 따르라
유별히 주모 그대가 따르는 술이니 사양할 손가
굳이 술이 과하여 그대 무릎에 잠들면
나들던 정으로 심한 허물이나 말구려.
1968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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