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단상 二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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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 단상 二題
초저녁 유리창 밝은 불빛에
불어오다 혼자 신음하는 바람소리하며
부엌에는 장국 끓는 내음 소리에 담배 하나
담배 하나 다 피고 난후 어둑한 그림자로 일어나면
황성옛터에 밤이 드니 월색만 고요하다고
구슬픈 노랫가락 눈물 자아내게 한다.
언제 어느 날 느닷없이 달려올 그날 아침에는
그렇다 믿을 수없는 좋은 소식 신선한 불꽃같이 달려와
너 십이월의 온갖 번민 그 우울함을 달래거나
감금된 사슬을 끊는 예리한 칼날이여
나날의 포박을 푸는 출감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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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지붕위로 반쯤 올라오고
담장 밖 소나무가지에 달빛은 살포시 내려와
비둘기 부리 같은 작고 유순한 입술을 부비고
유리창에 별들은 어름조각인양 차갑게 붙들려 있다.
누군가 잠시 욕실에 들어가고
거실에는 고혹적인 중국음악 들려오나
나도 혼곤한 잠에 빠져 꿈속 길 헤집어 오다
갑자기 성냥불을 켜자 십년쯤 내가 늙은 것을 알았고
나는 내가 못한 일로 오랫동안 근심하였다.
아이는 오들오들 떨며 노래를 부르고
트럭 하나 창고에다 짐을 풀자
불타다 사그라진 보라빛 노을
노을만 흥건하다.
1982 - 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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