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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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오늘 밤 달빛은 부드러운 머리를 풀고
살며시 창문을 밀면 수천 나뭇잎 황홀한 춤을 추고 있다.
담벽과 난간은 엷은 보랏빛 그늘지고 나를 감싸주는 주위는
전날보다 향기롭고 그윽하였다. 어찌하여 내 마음 들뜨고 나는 이럴까
주위의 모든 것은 지금 녹아내리며 반딧불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아주 조그마한 침묵을 고요히 깨트리는 아아 너는 달빛일까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여인, 그녀 발자국 소리인가?
우수수 맑고 경쾌하게 흔들리는 나뭇잎 맑은 바람이 지나간다.
달빛은 둥실 위태롭게 높은 곳에까지 올라가다 살며시 빗장에 놓인
한 줄로 선 은실 띠가 일어서다 말고 아주 조용히 나의 영혼에다
아름다운 화관을 틀고 음악은 낮은 음향과 함께 내 옷깃을 열고 있다.
아니 누군가 조금 전 침실 문을 열며 이리로 나온 것 같았고
밤과 달빛과 음악은 한층 보드라운 내 감관을 열어 짐짓
심장에 몰래 스며와 무슨 이야기로 소근거렸는지 나는 알 수 없었으나
어느 틈에 주위는 아카시아 나뭇잎 꽃내음 향기롭다.
아니 달빛과 반딧불 수천 동그란 고리를 이루는 틈 사이로
나직한 발걸음으로 걸어 나오는 또렷한 여인 ──
너 꽃같이 아름다운 여인이여 나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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