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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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파리한 정신에는 시의 아름다움이 깃 드나
가을날 싸늘한 햇살은 이미 그 이마에 죽음의 빛이 번쩍인다 .
해변을 지나다 보면 북쪽 산머리마다 빛은 싸늘하고
가을 시냇물과 옷 벗은 나뭇가지 참담하고 쓸쓸하게 드러나
가지마다 검은 기운 감돌고 울리는 종소리 또한 비올롱의 긴 탄식이다 .
이런 창백한 날 나는 멀리 들판과 가로수길 사이를 지나고 있으나
이미 가을은 그 경멸에 가득 찬 눈초리로 이 나를 쏘아보고
가는 길 주위는 조용하나 보이는 곳 어디에나 슬픔이 가득하다 .
어느 때나 이런 날은 마음에 알 수 없는 눈물의 샘들이 울고있으나 ,
보라 저 회색의 산머리하며 떠도는 창백한 구름 어느 하나
보이는 것마다 쓸쓸함이 넘쳐있다 가을날 찬 햇살 물가에 그림자
드리우고 있으나 새삼 가슴속 온갖 회한과 추억 되살아나
내 심장은 아픔으로 동결되다 마을과 집들에서 멀리 떨어진 오솔길은
가을을 장식하는 낙엽의 외침 쓸쓸한 비명! 오솔길을 덮고있으나
이미 시인은 조락과 결실의 이 불균형 화음에다 슬픔을 더하여
흐느끼는 비올롱 가락의 처음과 나중 가락에 귀 기울이나니 ...
1969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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