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우리 시대의 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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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우리 시대의 절망이다.
내가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인한 몸을 갖인 것은 더욱 아니다.
일은 서툴고 나날을 지탱할 힘도 없다.
12월의 음산한 하늘처럼 유랑하였다.
신열身熱 같은 고통 의식 속에 밤마다 불을 지르고
허연 불면은 잔인한 벽 속에 나를 감금하였다.
시간이란 시간은 온갖 공상에다 아픈 기억만 되살려낸다.
바다의 검은 배와 벼랑의 칼날에 찢긴 파도
파도에 떠서 부유하는 부유물, 보라 나약한 시인은
해안이나 암석에 밀려오는 부유물이다 시대의 절망이다.
뇌성과 벼락 폭풍우 혼돈에의 암흑이다.
거기에 시인의 묘비명을 쓸 수 있다면
지나는 배와 사람들은 이런 사나운 날에는 볼 수 있겠으나
야밤에 번민하는 이는 들을 수 있겠으나
이 또한 부질없는 몽상이며 탄식이다.
아득히 들판을 덮어오는 비의 노래
구슬픈 비의 음곡吟曲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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