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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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비가 오고 고독은 거대한 강물로 흐른다.
지금 봄의 어디에서 뜨락의 시금치 잎이 싹트고 있는가?
고독은 지금 내 마음의 어두운 모퉁이를 돌고 있다.
희뿌연 하늘로 물러난 안개 속 어디에선가
나무들은 전신주는 작은 떨림으로 흔들리며 울고 있으나
소리의 속삭임은 공허한 바람소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저 넓은 바다와 구름 수평선 멀리 아득한 航路에
배들이 지나가는 뱃고동 소리 같은 슬픈 울림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고독은 먼 곳에 있다가도 내 마음에 다가와
가슴속 속살을 헤집기도 하고 깊은 밤의 어두움을 쏟아내기도 한다.
심장에다 불꽃을 일으키기도 하고 불꽃주위를 돌며
꺼져 가는 불꽃의 순간을 위하여 바람의 끝을 놓아준다.
바람의 나선 속에 들어가 그림자로 침몰하는 고독이여
강물과 어둠 속을 흐르는 꽃잎을 찢는 아픔이며
무덤의 관에서 일어난 해골의 웃음소리여
1999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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