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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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 길
눈길을 걸었다 눈 속 길을 걸었다.
어느만큼 어떻게 걸었는지 알 수조차 없다.
내가 걸은 길은 시간이 멈춘 길인지 먼 추억으로 정지한
기억 속에 있는 그런 길을 걸었는지 아니면 윤회 속 어느 길인지는
잘 알 수 없었으나 아무튼 눈이 오는 눈 속 길을 걸은 것만은 확실하다.
어느 행성이 지구로 오는 ― 우주로 난 길을 맞이하는 것인지
잊었던 흔적에서 흔적으로 넘쳐난 그림을 그렸는지
이미 지나간 것은 나로서는 알듯하다가도 모를 일이다.
―― 50년 전 흥남이나 여호인지, 작도리에서부터 걸은 길인지
북청에서 신북청 신창 마량도에서 걸은 길인지 ...
분명한 것은 어느 틈에 나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나
기억 속은 맹렬한 총성이고 죽음이 옆에 눕는 길이었다.
그때 눈이 오고 백두산에 쌓인 눈 같은 무릎까지 빠지는 눈이었으나
앞줄이 움직이면 움직이고 멈추면 다음줄 끝까지 멈추는
아이들이 부모를 찾고 부모들이 아이를 찾는
줄이 움직이면 죽은 사람은 혼자남고
눈만 오는 눈 속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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