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목소리 아련히 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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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목소리 아련히 들리나
이 드맑은 가을날 생기발랄한 산 숲하며
감미로운 현악은 울려와 길과 집들 너머 들판에 물결쳐간다.
정지한 바람은 잠시 대기에 머물다 저들 평온한 순간에 풀려나자
삽시간에 가파른 언덕을 지나 바람은 은사시나무에 몰려가
거기 빛의 난무 빛의 살풀이에 나뭇잎마다 온통 은빛으로 물들이고
언덕 멀리서 보면 해변의 파도 절벽에 부서지듯 무수한 빛의 파문
물결의 파장은 멀리 17살일 때의 해변으로 나를 이끌어간다.
거기 해송이며 우리가 걸은 모래사장 해변 길 그대로 있었으나
어디에도 네 모습이나 해풍에 날리던 네 고운 검은 머리카락
이제 찾을 길조차 없구나 종탑의 종소리 비둘기 예같이 날아들고
2층 양옥집 열린 창문 길가에 전날 모습 그대로 남아있으나
저 파도에 잠긴 모래 속에 네 목소리 아련히 들려오나
모래 속에 묻힌 우리 지난날은 영영 가버린 것인가?
해변 길 혼자 걷다 나 영원한 잠을 원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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