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꿈에서 깨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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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꿈에서 깨어나
―――― 나는 지금 내가 내 정신으로 말하는 건지
내가 한 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풀잎인지 물방울에서인지
아직 여명이 오기이전 이슬이 자신의 몸을 단장하는 시각이라
그러니까 수난절 새벽 종탑 밑에 선 여인이 내게 한말인지도 몰라
그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있다. 말없는 침묵으로 떨다 언덕 멀리
은사시나무 잎이 바람에 떨 듯 그렇게 내게 다시 들려온 것일까 ?
때론 격렬한 불꽃이 써낸 글이 까마득한 하늘에까지 올라
그 불꽃같은 글에 내 정신이 혼미하여 나를 놀라다 깜짝 놀라다 ,
오늘에야 내가 내 정신으로 말하는 건진 모르겠으나
어느 틈에 반쯤 남은 새벽 조각달님이 먼저 알아차리고
바람을 풀어주었다 달아 오른 내 이마를 적셔주기에 알맞은 ――
아하 사랑이란 이토록 모진 것인가 내가 혼자 말했으나
육중한 무학산 무릎 딛고 일어나 당주동 그녀 집 가르키다 .
이 내가 오랜 꿈에서 깨어나 물가에 앉아 있을 때 ...
2002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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