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꼭지

꼭 지

광석이의 수난 1



	여고생이었을 때 부터 전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 "얘들아 있잖아…난 나중에 결혼해서 애 낳으면 이름을 '하늘'이라고 지을꺼다! 음... 근데 아들이면 '소년'이란 이름도 괜찮을 것 같애. 어떠니? 너무 멋지지 않니? 소년! 왜 윤동주의 '소년'이라는 시도 있잖어...... 근데 얘들아,‘바다’나 ‘산’은 또 어때에?.." 조잘조잘 그런 얘기들을 하며 재미있는 시간들을 보내기도 했었는데… 결혼 후 두달만에 덜컥 들어선 애기. 애고 모르겠다.배는 점점 만삭이 되어가고, 아들이라는 얘기는 벌써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고, 아기 이름을 대체 뭘로 할까... 우리 부부는 이리 저리 고민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남편이 어느날 집에 들어 오자마자 뜬금없이 "여보오~~~ 우리 아들 이르음~~ 광서억... 어때요(씨익) ?" 하지 뭐겠어요. 무슨 광석? 엄머,엄머,나 만날 때 부터 김 광석 노래에 미쳐서 씨디란 씨디 는 다 사대더니. 그리고 밤에 잘 때마다 틀어대서, 그것도 새벽에 눈 뜰 때 까지 노래가 흘러 나와서 노래 제목만 대면 입에서 가사가 줄줄 나올 판인데 아들 이름 까지 광석으로 하자고? 그것도 middle name도 아니고 남들 다 불러대는 first name으로? 흠, '광'자가 좀 촌스러... 글구 외국 사람들… '광'짜를 제대로 발음이나 하겠어? 가수 김광석은 나도 좋아하긴 하지만... 내 아들 이름으론 좀 그렇다... 생각 끝에 남편에게 말했죠. "여보야, 다른 이름 생각해.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름은 절대루 안됏!!!!!!" 남편은 실망한 듯, 포기한 듯 그 이후 며칠동안 이름 얘기를 꺼내질 않더군요. 그러던 어느 휴일 오후. 김광석의 씨디 하나를 꺼내 듣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그녀의 웃음소리' 라는 노래 가 나오자 저더러 노래 가사를 좀 번역 해 달라지 않겠어요. 그대 웃음 소리 파도가 되어 어두운 바닷가 밤비가 되어 바위 그늘밑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거기에 있네 그대 웃음 따라 내 꿈을 따라 하얀 물결 치는 파도 따라 갈매기 따라 서투른 번역이 제대로 전달 되었는지도 의문이지만 남편은 노래 가사를 얘기 해 주는 동안 눈물을 글썽 글썽 하더니, 세상에! 그만 그 큰 눈에서 눈물 한줄기가 또르륵 흘러 내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눈을 보는 순간 전 그만 마음의 결심을 와르륵 무너뜨리며 이렇게 말했지요. "여보~~ 당신이 그렇게 좋으면 우리 애기 광석이라고 부르자. 그까짓 이름... 죽은 사람이면 또 어때...... 내가 우리 엄마, 아빠 한테는 그냥 유명한 가수라고만 말할게 잉잉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