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집-꼭지

꼭 지

아이들은 몰라요!



	아이들에게. 안녕? 내 소개를 먼저 할게. 내 이름은 꼭지. 예쁜 아들이 하나 있는 아줌마란다. 며칠전 5월 5일에는 왠지 어린이 동요 테잎이 듣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곡 '어른들은 몰라요'가 들어 있는 테잎을 꺼내 몇번씩 틀면서 듣고 또 듣고 했단다. 난 너희들을 볼때마다 궁금한것이 참 많아. 항상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너무 쑥스러워서 그간 물어 보지도 못하고, 또 행여나 물어 봤다가 너희들이 그런것도 모르냐고 야단만 칠까봐서 꾸욱~~~ 참고 있었거든. 그런데 오늘 오전반 학교 마치고 오는 우리 3살반 짜리 아들 광석이를 보며 이번에는 꼭 물어봐야 겠다는 다짐을 했어. 그러니 내 말 잘 듣고 진짜루 꼭. 꼭. 대답해 줘야 해. 알겠지? 꼭이다... 약속~~~ 첫 번째 질문은 좀 시시한데... 그래도 웃지마! 아이들은 왜 항상 신발 신을 때 오른쪽, 왼쪽을 반대로 신는거니? 우리 광석이도 학교에서 올 때 보면 한 열번중에 여섯, 일곱 번은 거꾸로야. 사실 난 일부러 그렇게 해 볼려고 해도 잘 안되거든. 길 가다 만나는 애 들도 이뻐서 얘기 하다가 보면 다들 신발을 그렇게 신었더라. 이렇게 물어보는 내가 너무 바보같지? 혹시 내가 너무 어른이라서 그런거니? 아님 오른쪽 왼쪽 같은 것 만들어낸 어른들 상관 없이 그건 너희들 만의 방식이니? 정말 궁금해 못 참겠어. 두 번째 질문... 너희들은 왜 음식 먹구 나면 얼굴에다가 "나 이거 먹었어요... 히..." 하는 글자를 꼭 써 놓는거니? 아무리 어른들이 조심 해서 먹여줘도 어딘가에는 반드시 그 글자들이 숨어 있단 말이야. 그건 정말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무 신기한 것 같애. 그런데 더 신기한건 말야, 그 음식 묻은 입이 왜 안 묻은 입보다 더 이쁜건데? 난 그거 정말루 알고 싶어. 그럼 나두 음식 먹고 나서 손거울 꺼내 보며 입술 다시 그리는 귀찮은짓 안 해도 될꺼같거든. 비밀로 꼭꼭 숨겨두지 말고 내게만 살짝 말해 주면 안 될까? 세 번째 질문은 오래전 부터 정말 물어보고 싶었던 거라서, 물어 보는 김에 오늘 왕창 물어 볼게. 너희 아이들은 도대체 도 닦은 사람들도 아니면서 어쩜 그렇게 나쁜 일들을 금방 금방 잘 잊어버리고 다시 밝게 잘 웃고 지낼수가 있는거니? 글세... 난 아직 어른이라서 그런지 기분 나쁜 일이 생기거나, 누구랑 말 타툼을 하고 나면 그게 잘 잊혀지지 않고 오래 오래 마음 속에 남아서 제대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거든. 그런데 금새 야단친 어른들이 무안할 정도로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해맑은 얼굴로 뛰어 노는 너희 어린이들이 정말 존경 스러워. 니네들 혹시 그런거 가르쳐 주는 특별코스 같은거 받았던건 아니지? 에고~~~ 그래... 내가 이렇게 물어 본다고, 어휴~~~ 어른들 은 정말......하고 생각하진 말아줘. 어른들이 아이들 마음을 어떻게 다 알수가 있겠니. 그러니깐 우리를 어른이라고 부르는거지. 아이들 마음 다 알면 그게 어른이니? 아이지. 안 그래? 그러니 너희들이 이해해. 안 그러면 정말 이 세상에서 우리 어른들이 잘못하는 일들을 누가 다 감싸줄까? 너희들이 노래 속에서 말 한 것 처럼 우리 어른들도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그리고 때로는 '아이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모올라요~~~ ' 하고 노래 하고 싶을 때가 많은걸. 오늘은 이만 쓸래. 나도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거든.모두들 감기 조심 하고, 혹시 시간 있으면 내 궁금한 생각에 답장 좀 써줘. 그럼 난 정말 뛸 듯이 기쁠꺼야. 너희들이 어른들 곁에 항상 있어줘서 고마워. 이만 안녕~~~ 이천 일년 오월 구일날 꼭지 아줌마가 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