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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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찬공기가 흐릿한 안개를 휘돌아
산책나온 걸음을 마중한다
아직은 덜깬 잠으로 다소 분주스런 그들만이
가져다주는 아주 작은 소중함이
풀잎에도 맺혀있고 새들의 지저귐도 있고
멀리서 들리는 "꼬꼬댁"에게서도 전해오고
전기줄 사이로 가로지른 거미의 생태에서도 느껴지는
시골의 하루는 도시의 그무엇과도
비교할수없는 정감으로 가까이 다가와
잠시나마 찌든 시간을 잊게한다
집앞 어귀에서 내려다 보이는 냇가위로
그럴싸하게 놓인 콘크리트 다리 아래로
어릴적 잰 걸음으로 달려와 총총 뛰어건너던
징검다리는 사라지고 없지만
징검다리 건너 친구네 앞마당에 키가 크고
둘레가 다섯 아름이나되는 정자나무는
한여름 무더위에 아쉬움없는 쉼터를
만들어 주었고 주변 그루터기 앉은뱅이를
위안으로 마냥 자연스런 시간들을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추억들로 만들어 내곤 했다
매화산 줄기와 앞산 사이의 분지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백여가구 남짓한 시골동네의
윗담 아래담 꼬마들이 밤잠 설치며 기다린
설레는 오늘하루가 그리도 정겨웠는데..
세월앞에 무기력한 사내의 가슴을 에이는
향수서린 고향의 추석 아침이 이렇게 시작된다
2004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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