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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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조금씩 깊어갈 시간 혼자
베란다에 서서 물끄러미 밖을 내려다 보았다
비가 오는탓에 물기를 머금은
차들이 오가는 소리가 이어지고
은행잎 가로수 사이로 길게 늘어선
가로등은 바람에 후리는 빗줄기를 받아 안으며
살며시 바닥으로 내려 놓는다
조금전 까지만해도 가로등 불빛을 무색케했던
주택가 네온 불빛들이 이제는 하나둘씩 꺼져가고
저만큼 보이는 곳에 교회의 위치를 알리는
십자가가 선명해 보인다
그 뒤를 둘러싼 아파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들이 비를 뚫고 여리게 시야에 들어온다
그동안 일에묻혀 지내온 시간들이 힘들게 지나가고
지금은 잠시 시간과 공간의 여유속에서 주위를 둘러볼수 있는
비오는 밤의 풍경이 한층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비가오는 날이면 백사장을 낀 넓은 바다를 생각한다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건 아니지만
그저 좋다는 느낌만 있을뿐이다
사실 한번도 가본 기억이 없기때문에 막연히 머리속에
떠오르는 상상 만으로 만족하고 그 상상속에서
혼자 온갖 멋을 다 부려본다
세월이 지나오는 동안 잊혀지지않는
추억거리들이 한두가지씩은 있을텐데
이참에 나도 추억거리 만들 걱정이나 해야겠다
어느덧 차량행렬은 줄어들고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하루가 마감되는 뻐꾸기의 울림이 길게 들리면서
내일이 창가에서 나를 안으로 불러 세운다
우산을 받쳐든이가 휘적휘적 시야에 가까워지고 있다
혹시 내가 아는 친구는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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