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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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내 옆에는 그 아이가 있었다. 한번 만났고..그리고 헤어졌고...꿈에서 깨어났다.
20살 때. 종호라는 아이를 알게 되었다. 종호는 어딘가 남들과는 달랐다. 하얀 얼굴에. 언제나 이상한 소리들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슬픈 말들 뿐.모든 것은 지나간 뒤에서나 이해할 수 있게된다.
"누나. 저를 사랑해요?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할 뿐인걸요. 사람도..감정도..아픔도.."
"언젠가는 다시 만났으면 해요. 물론. 아직 헤어지지는 않았지만...전 너무 불안한걸요."
"약속해줘요. 다른 말은 좋지만 관두자는 말은..먼저하지 마요."
사랑은 집착이 전제되어야만 성립된다. 무언가를 놓치고 싶지 않은 감정. 누군가를 곱씹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전해질 수 있는..그리고 그 감정이 변해버릴때는 무척이나 아프겠지?
종호는 나에게 집착했고 사랑했다. 그건 기분 좋은 일이야. 가끔 느껴지는 부들부들한 솜털의 느낌. 그게 망가져버리면 가슴을 찟어 놓겠지만.
언젠가 둘이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강원도의 바다는 넓고 파랗던걸. 난 바다가 있는 도로를 걸으며 가만히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유행가의.
"노래 좋다. 누구 노래에요? 많이 들어봤는데"
"몰라. 어디서 들었는데..가사도 생각 안난다."
난 계속해서 흥얼거렸다.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땐...별로 슬픈 노래도 아니었지만 비오는 날 버스안의 분위기 때문인지 갑자기 슬퍼져서 코끝이 찡해져 버렸던 것 같아. 계속 이것만 흥얼거려."
"아..기억났어요..이 노래..제가 불러준 노래에요. 오래 전에..."
"오래 전의 애인?..아아..있었구나 종호. 내가 첫사랑이라며?"
종호는 당황해서 눈을 마주치지를 못했다.
"제..제가 언제요.."
"당황하긴. 뭐 어때서."
그리고는 바다를 쳐다봤다.
"좋다. 바다냄새. 회 먹고 싶다. 그치? 우리 회먹으러 가자."
가면서 난 모두...모두 뭔가를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울게 되버린 것도 아른거리는 무언가의 기억때문인거야.
그 사이가 사라져버린 날.
"약속해줘요. 다른 말은 좋지만 관두자는 말은..먼저하지 마요."
거짓말쟁이다. 종호는..
수없이 원망했다. 연락을 끊어놓고. 얼굴을 피했고. 그 솜털을 망가뜨렸다. 난 너에게서 다른 나를 찾았지만. 넌 또다시 날 바꿔 놓았다.
"전 집착만 하는...누나. 미안해요. 하지만. 전 자신을 잃어가고만 있는걸요..무서워요. 내가. 마치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은데. 그게 싫어요."
그건 자연스러운거야. 무섭거나 죄가 되는 일이 아냐. 네가 그랬잖아. 사랑하다는 말은 거짓말?
그리고 사라졌다.
오랜 후에 알게 되었다.
종호가 많이 아파서. 죽었다는 걸.
그래서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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