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첫사랑.20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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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은 온통 어질러져 있었다. 먼지가 내려앉은 책상.구겨진 종이.언
젠가 듣고있던 낡은 cdp.-기억은 갈색의 모노톤으로 흘러간다.내가
이곳은 떠난게 언제였지?
'20살 이후로'
나는 정리를 해야만했다.
나는 가끔 세상이 물로 가득차서 눈에 고이고 몸에 스며들어 나
를 감싸도는 어색한 온기를 식혀주기를 바랬다.하지만 왠일인지 자꾸
만 날씨는 8월의 오후처럼 타버리는거다.나뭇잎은 자신을 태웠다.낙
엽이 지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 방을 정리하다보면 내가 아직은 어린 초록색을 알던 시절의 흔적
이 이곳저곳에서 나올테지.-소녀의 끝을 알기전의 공간.
14살의 밤10시쯤에 나는 생각했다.세상에 적응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하나씩 포기해 나가야 하는걸꺼야.아빠는 항상 자신이 꿈을 잃었다
고 불평하지만 지금의 아빠는 훌륭하고 표준적인 사회인인걸.나는 평
범한게 좋아.하나씩 포기해보자.나의 표정을...나의 몸짓을 나의 속
삭임을 나의 사랑을 세상에 제물로 바쳐보자.그러면 조금은 잔인한
세상도 포근히 나를 받아주겠지? 나의 것을 버리자.
그리고 나는 아주 잘 적응해왔다.
상처받지 않았다.
거절받지 않았다.
불행하지 않았다.
"미안 네말은 들어 줄 수 없어.난 지금 굉장히 바빠."
거절은 쉽다.조금만 냉정해져봐.거절한다해서.너와 나사이가 크게 달
라지는 것은 아냐.조금 따끔한 부스러기가 생기는것 뿐이야.
나의 첫사랑은 착한 사람이었다. 나의 부탁은 무엇이든 들어주었
다.화도 내지 않았다. 나를 위해 자신의 꿈도 버리겠다 맹세했다.하
지만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그래서 나는 그에게 상처를 주고 멀어
졌다.아마 지금쯤 나를 잊었게지.난 그의 첫사랑도 아니고 3번째 여
자라는 흔해빠진 상황이었으니까.별 감흥없는 대상.믿지 않았어.그런
농담들.
유리가 산산조각 났다.사진속의 난 다행히 웃고있다.우습다.이렇게
낮선 사람과 웃고있는 나라니.이렇게 액자가 깨져 버렸는데도 사진속
의 난 너무나 태연하게 웃고있다.고정된 시간.난 그래서 네가 좋아.
앨범을 꺼내와봐.20살의 나.19살의 나.18살의 나.17살의 나.16살의
나.15살의 나...........아직 태어나기 전의 나.이럴수가 내가 이렇
게나 많다. 다른생각들과 사람모습과 다른 머리와...다른사람이잖
아?....고정되어버린 시간들.카메라가 있었어.사진을 찍자.20살
이후로는 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찰칵.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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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못쓰겠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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