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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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오면
세 식구 사는 눅눅한 토방에
발이 여럿 달린 신바리도 자주 나온다
어제 밤에
지네 새끼가 母子가 자는 안방에 출몰하여
놀라 밤새 잠을 못 잤다고
사랑채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아침부터 이르는 아내
작년 여름 새벽
눈 비비는 아내 새끼 발가락을 문 지네 애비 한마리를 순식간에 발로 밟아 죽여 놓고는 죽을뻔 했노라고 오도방정을 떨던 사람
"애비가 있어면 애미도 있는 법이여"
남편이 방을 수색하여 애미마저 발견해 내니 남편 보란듯이 더욱 놀라 비명을 지르던 아내
세 식구가 사는
칙칙한 장마습이 찬 토방에
세살박이 아들 녀석은 바로 어제 낮에
마당 흙담장에서 하늘로 오르는 담쟁이 넝쿨 욺켜잡다
말벌에 쏘여 울어도
진작 놀라 사람은 그 아이의 애미인 아내
아내 처절한 시골 생존기를 들어주며 위로를 해 보지만
사실 이를 해결할 뽀쪽한 궁리는 없는 법
"이제부터 내 이 녀석들 보이면 보이는 족족 다 잡아 죽일 터이니 염려 말라고 날 믿어 보라"고 큰 소리만 치고는
장마철 지나고
가을 볕 들어 찬바람 불어 습한 공기 사라지면
지네도 신바리도 말벌도 아니 저 담쟁이 덩쿨도 사라질 것이니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도 또 사라질 것이니
남는 것은 내 아이뿐이니
이 아이도 제 아내 불러 들이고는
오늘 나처럼
이런 연극을 해 댈 것이니
산청 지리산 어느 산골
당나무가 토방 옆 언덕에 사는
당산나무골 사는 별족 늙은이 이 아무개
산청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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