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칠이

사천 앞바다 만큼 푸른 마음으로 산을 음유하는 산사나이


낙남정맥 종주기(마장재에서 부련이재)
   
   
 
고성에서 사천까지 4차 구간(1차)
(마장재에서 부련이재)

유랑 삼아 갔다가 손바닥에서 놀다 온 산행
2000. 06. 03.(토)-2000. 06. 04(일)

비가 온다고 한 토요일이라 정맥종주를 떠나는 날 마음으로 가볍게 가볍게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섰다. 전날 늦은 모임으로 잠도 설쳤고 또 지난번 가 보았던 관음정사의 자은 스님도 만나 설법 동냥과 식사 동냥이라도 하면 좋겠다 내심 일기예보가 들어맞아 비라도 와 주면 하루 정도 절에서 놀다가 다음날 떠남도 좋겠다 싶었던 날이었다.

5시 좀 넘어 일어나 도시락 싸고 아침 먹고 서부 시외버스 터미널에 7시에 도착하여 고성으로 갔다. 8시경에 고성에서 대가면 연지리 관음정사까지는 만원에 택시로 갔다. 절에는 청년 한사람만 절을 지키고 스님도 보살도 없었다. 오라는 비도 아니 오고 주인 없는 절에서 그냥 피곤한 심신으로 한 시간 가량 아침부터 절 방에서 잠을 잤다. 황토방의 바닥은 따뜻하였다. 10시에 마장재 사슴농장의 철조망 왼쪽을 따라 대곡산으로 오르는데 햇살은 없으나 무더운 습기가 사람의 기운을 다 솟게 만들었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한 20분 오르니 시야가 확보되는 대곡산 정상에는 자운영 꽃밭이 나왔다. 엉겅퀴와 자운영과 유월의 칡넝쿨이 무성한 정상에는 한 자락 바람이 불어와 더운 기운을
식혔다. 진달래 철쭉이 진 산에는 하얀 종 모양의 꽃송이를 단 이름 모를 나무가 꽃송이를 길섶에 떨어뜨려 산행의 고달픔을 달래주는 산행이었다.
해무가 남녘에서 묻어나는 산의 시야는 부연 가스가 숨막히는 유월의 무더위라 우리는 준비한 식수로 땀을 식혔다.

대곡산(542.9m)은 낙남정맥의 제일 남단에 있다는 산이다. 고성의 무량산군중에서 정맥에 위치한 산이며 시야가 좋아 고성 들이 내려다보이는 산이었다.
여기서 낙남정맥을 종주 하면서 몇 번이고 강조해도 모자라는 비법은 바로 리본을 계속 확인하면서 가야하고 특히 산 정상이나 길이 갈라질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리본을 확인하여야하지 그냥 길이 보인다고 들어서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우린 이 비법을 가끔씩 잊어버리는 바람에 이번 산행은 정말 헤매고 찾고 돌고 도는 부처님 손바닥에서 놀다온 종주 길이었다.

한차례 바람을 맞고 시들어버린 철쭉의 꽃자리에 눈길을 주며 산정을 넘어 내려가다 평이한 길을 걷다 사슴목장의 철조망을 빙빙 돌아 과히 200만평이나 된다는 그 큰 목장을 다 돌아서 조선시대 병조참의를 지낸 인동 장씨 묘에서 땀을 식히며 과일 한 알을 먹었다. 묘지 주위를 감싸는 바위 셋이 자연석으로 지키는 묘지는 정맥의 기를 껴안고 있었다. 작은 산을 내려서 걸어가다 줄 딸기가 무리를 지어 익어 가는 숲에서 딸기의 시큼한 맛에 잠시 취하고 내려서니 11시 30분에 작은 재(추계마을과 종생마을 연결하는 재)가 나왔다.
고개 위에서 좌우로 살피니 건너 산 위로 길이 보였다. 그러나 재의 좌우로 내려가 보아도 리본은 없었다. 그러나 추계고개를 지나면 천황봉이 나온다고 했으니 이제 천황봉으로 가는 거야 하면서 그 40도나 되는 오르막을 숨이 차게 올랐다. 마치 길은 바른 산행길이나 리본이 아니 보여 의심을 하고 가는데, 노오란 리본이 하나 길옆에 붙어서 정맥 길임을 확인시켜주었다. 정상에는 나무 가지가 세 개가 솥의 다리를 거꾸로 앉은 형상의 노송이 풍채 좋게 정상을 지키고 있었다. 가쁜 숨을 쉬면서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호랑나비 한 쌍이 하늘에서 술래잡기를 하느라 얼마나 열심히 원을 그리며 돌고 있던지 쳐다보는 내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호랑나비였다.
내 생각에 조금 더 가면 천황산이 나올 것이니 그곳에서 점심을 먹도록 하자싶어 능선을 따라 산을 넘어 내려갔다. 그러나 길은 어느덧 묻혀 보이질 안았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어선 느낌이었다. 우린 되돌아 나오기로 했다.
돌아 나와 삼발이 소나무 아래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13시에 출발하여 추계고개로 되돌아 내려왔다. 돌아와서 지도를 보니 이곳은 송구산이었다. 우린 송구산을 천황산이라고 잘 못 알고 있었다. 소나무 위로 올라 지나온 길을 되짚어보고 종주기를 읽어보니 인동장씨 묘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라고 했으니 아무래도 저 아래 추계고개에서 좌측 능선 그러니 동쪽 능선인가보다 하
고 우린 추계고개에서 되돌아 오르는 대신 고개를 넘어 동쪽으로 내려갔다.

저 멀리 정맥으로 오르는 임도가 보이니 저곳으로 가면 리본을 만나고 정맥의 품으로 들어가리다 하고 밤나무 과수원 길을 횡단하여 계곡으로 내려가 포고버섯을 한움쿰 따고 마른 개울을 건너 임도로 올라섰다. 흐렸던 하늘은 초여름의 뜨거움으로 산천은 신열을 앓는 듯하나 숲과 풀은 더운 김을 풀풀 내면서도 부지런히 생육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임도에 늘어선 꿀벌 통에는 부지런한 벌들이 윙윙거리며 통 입구에서 삶의 나래짓을 하는, 온 삼라만상은 생의 노래를 부르는 계절이었다. 저기 산허리 계단 논에도 농부의 모내기가 지친 허리를 세우는 유월은 죽은 귀신도 일어나서 일하러 나간다는 철이기도 하다. 나도 어제의 고단함을 잊고 입에서 단내가 폴폴 나도록 산을 걷고 있었다.

어느 곳 어느 마을을 어느 쪽으로도 모르고 우린 길을 걷고 있었다. 저 산에는 정맥의 길이 나오리라고 믿고 유월의 뙤약볕을 수건 한 장으로 가리며 짤록한 목장의 고갯길을 향해 걸어가는 길섶에는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나는 온갖 들꽃들이 눈 마중을 하였다. 그 중에도 길가에 늘어선 엉겅퀴의 붉은 꽃대궁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처연한 모습이었다. 엉겅퀴는 햇살이 따가운 양지에 잘 산다. 그리고 가시가 돋아도 매섭지는 않다. 줄지어 늘어선 푸른
풀밭에 키 세운 엉겅퀴를 벗삼아 가다 내려다본 길 아래 개울의 늪에는 철늦은 찔레가 하얀 꽃송이를 머리에 한가득 이고 피어나고 있었다. 바람에 실려오는 찔레꽃 향기를 맡으며 또 길을 가다 이제는 그 늪의 가장자리로 넓게 군락 지은 갯버들나무의 숲을 보았다. 그들은 마치 성곽을 세운 모습으로 내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다.

어느덧 시간은 2시를 지나고 우린 어느 농장의 사잇길로 들어서야 정맥으로 갈 수가 있었다. 농장입구에는 한오백년은 산 것 같은 우리 세 아름은 됨직한 소사나무 한 그루가 동구 밖 느티나무처럼 서 있는 목장에서 목장일을 하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다. 정맥으로 이어진 길은 맞았다. 그러나 우리가 가고자하는 지리산방향과 그들이 말하는 지리산방향은 반대였다. 그러니 우리는 방향은 완전히 잃고 있었던 것이다. 남과 북이 머리에서 거꾸로 돌고 있었다. 사나운 세퍼트가 주인 곁에서 우리를 노려보니 그 기세에 눌려 제대로 물어보고 알아볼 요량도 없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어 혹시 하며 물었다.
"저 고개를 넘어 내려가면 관음정사라는 절이 나오지 않아요?" " 산 뒤에 무량산이 있지요?" 아니길 바라면서 물었던 일들이 사실이 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 가 바로 오늘 아침에 이 고개에서 10시에 시작하여 하오 2시까지 4시간을 걸어서 한바퀴 돌아 제자리에 왔던 것이었다. 이 사슴목장의 정문에서 출발하여 후문으로 들어오는 게임을 했던 것이었다. 기가 차고 어이가 없지만 우리가 결정하여 온 길인데 어쩔 셈인가? 그나저나 우리가 가야할 곳이 어딘 지를 알아야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오전에 우리가 갔다 내려온 길이 맞단 말인가? 종생마을로 내려가 뒷산으로 올라가면 백운산이 나온다는데 우리는 다시 그 골짜기를 따라 왔던 길을 되돌아 종생마을로 가기로 했다. 마을에서 물어보면 알 수 있으리라. 왔던 길을 그것도 산길이 아니라 임도를 만든 신작로 같은 흙먼지 날리는 길을 되돌아가는 발걸음은 마치 패잔병의 모습이었으리라. 종생마을은 정말 심심산골 마을이었다. 마을에서 길을 물어도 산 이름 하나 제대로 아시는 분이 없었다. 다만 우리도 아는 우리가 지나온 무량산과 대곡산만 그들도 알았다. 그리고 우리 눈으로 보이는 산이란 종생마을 뒷산밖에 없었다. 추계고개에서 처음 올랐던 점심식사를 했던 산은 이미 갔으니 우리는 바로 다음 산으로 오르는 재로 길을 찾아가기로 했었다. 재로 올라가는 길을 물어 마을 뒷길을 오르는데 마지막 집 할머니께서 집 앞으로 나오셔서 다니면서 밥이나 먹었는지 걱정을 해 주셨다. 얼마나 고마운지 할머니 우리 점심 싸와서 먹었습니다하고 말씀을 드리자 이제는 막걸리 한 잔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여기 농주 한 사발 마시고 가라고 권하신다. 내가 누군가? 이
런 농주는 돈이라도 내어놓고 마실 사람인데 권하는데 마다할 일이 없지.
할머니 집으로 들어갔다. 대문도 담도 없는 집이었다. 모내기를 하다 집에 잠깐 온 사이라며 농주 한 주전자를 걸러 내어놓으신다. 안주는 텃밭에 서있는 마늘을 몇 뿌리 집어 씻어서 내었다. 마당 한켠에 앉아 농주 한 사발에 풋마늘 한 조각으로 마시는 이 맛이란 이 더위에 산길 논길 아니 걸어본 사람은 모른다. 나는 마치 이제야 방랑 김삿갓 선생의 흉내를 내는 것도 같아 단숨에 두 잔을 내리 마시고 얼큰한 기분을 내어 보았다. 할머니께서는 일흔을 넘으셨고 아들 둘은 젊어서 잃어버렸고 딸 둘만 서울서 사는 할아버지도 젊어서 사별한 혼자 사시는 할머니였다.

우릴 만나니 혼자 사시는 외로움과 잃어버린 아들 생각이 가슴에 사무쳐 눈시울을 훔치셨다. 몇 마디 말로써 위로를 해드리고 갖고 온 사탕과 과자를 인사로 드리고 우린 뒷길을 찾아 산으로 올랐다. 땅에서는 풀 포기와 어울려 더운 김이 찌는 듯 피어오르는 뒷동산 오르는 길을 가는데 여기저기 매캐한 연기가 오르기에 주위를 살피니 30대 후반의 아저씨가 풀을 베고 산을 정리하
고 있었다. 그에게 우리는 낯선 사람이라 어딜 가는 길인지 물어왔다. 아무래도 이 아저씨가 저 마을 분들보다는 젊으니 물어보자 나는 그를 옆에 앉히고 담배를 권하자 아니 피운다고 하기에 소주를 권했다. 그리고 이곳의 산과 정맥길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로 한동안 주고받았다. 정맥 이야기를 해주자. 새삼 그런 의미를 알았노라고 하면서 이곳에 농장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곳이 그의 고향이나 지금 고성에서 살면서 시간 나면 들어와 조금씩 일을 하여 염소도 먹이고 나무도 심고 키우고 미래를 꿈꾸며 사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지나왔던 재는 여기서는 추계고개라고 부르고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산은 분지산이고 지금 올라가는 재는 반재이재이고 올라갈려는 산은 봉화산이라고도 하고 송구산이라고도 했다. 우린 큰 착각을 하고있었다. 마치 송구산이 백운산이라고 여기고 그곳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만약 이 산이 백운산이 맞다면 낙남정맥의 산이니 산너머로 흐르는 물은 남해바다로 가야하
고 종생마을로 흐르는 물은 진주 남강으로 흘러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아니었다. 송구산 분지산의 물은 어디로 흘러내리나 같이 모여 남강으
로 간다는 것이었다. 아차 나는 생각을 고쳤다. 그렇다면 이 산은 절대 정맥의 산이 아니다. 모두 정맥의 북쪽에 앉은 산이 될 것이니 정맥은 이보다 훨씬 남쪽 어디론가 가 버렸고 우린 정맥을 놓치고 북으로 들어와서 정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좋다. 반재이재로 가기로 했으니 올라가서 내려가면 추계마을을 만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만약 반재이재에서 추계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면 내려가리다. 길도 없는 재로 겨우 겨우 올랐다. 재에는 길이 없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산 속이었다. 송구산으로 가는 걸 포기하고, 포기가 아니라 갈 필요가 없으니 다시 분지산으로 우리가 올랐던 그 가파름이 심하고 세 발이 솥발이 하늘로 솟은 분지산으로 거꾸로 올랐다. 없는 길을 헤치고 마루에 오르자 오전에 길이 없어 헤매던 곳이 다시 나왔다. 호랑나비 한 쌍이 하늘에서 춤추던 곳, 늙은 소나무가 멋지게 혼자 서 있던 곳을 우리는 지금 하루에 세 번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무슨 인연이 이토록 있어 이 산마루를 세 번이나 지날까? 나는 그냥 지날 칠 수가 없어서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 파아란 하늘과 푸른 소나무 숲을 다시 쳐다보며 그만 가야 할 길이란 다 잊어버리기로 했다. 내가 갈려고 해서 갈 수 있는 길이 아닌 모양이다. 인도를 받아야가고 갈 조건이 이루어져 있어야 가는 모양이니 우리가 허우적거리며, 아옹다옹 사는 일도 다 부처님 손바닥에서 헤매고 있는 손오공이 일이로다.

오늘 저 관음정사에서 천천히 자고 먹고 쉬었더라면 편히 갈 수 있었을 것을 하면서 우린 그 마루를 내려와 산딸기를 따먹었던 곳을 지나 인동 장씨 묘를 찾아 되 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산을 채 되 오르기도 전에 삼거리를 만났다. 이 삼거리가 바로 우리가 길을 잘못 들인 삼거리이다. 그곳에는 리본들이 잔뜩 붙어있었고 길은 서쪽이고 방향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인 것이다.
부산일보 낙남정맥 종주기에는 왼쪽으로 적어둔 것이 우리에게 이런 실수를 하게 했던 것이다. 누굴 탓하랴! 지금까지 이 안내를 보고 잘 왔질 않았던가. 다시 요약하면 인동 장씨 묘지에서 10분 이내에 서쪽으로 90도 꺾이는 위치가 나온다. 그냥 아래로 직진한다면 추계고개로 내려가게 된다. 여기서 추계고개는 1008번 지방도로의 고개인 추계마을 고개와 다르다. 차가 지나가는 추계고개는 정맥에 있고 산길 추계고개는 정맥상의 길이 아닌 것이다. 우린 그 잘못 갔던 길을 나무를 줍고 꺾어와서 막았다. 그리고 리본도 정리를 하고 서쪽으로 가니 산불 자리가 나오고 철탑도 나오고 진주 강씨 묘지도 나왔다.

1008번 지방도로에 도착하니 5시가 넘었다. 하루 종일 걸었던 일이 한두 시간 걸은 셈이 되고 말았다. 천황봉은 가야지 오늘 산행이 그래도 남을 일이라 바로 도로를 건너 산밭을 지나 올랐다. 재를 지나면 항상 산의 올라가야 하는 곳이 나오기 마련이다. 더운 김을 솟아내며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둘은 산을 열심히 걸었다. 정말이지 몇 번을 올라가는 일인지, 320봉에 올라 마루에서 하늘을 보고 누었다. 바람도 자고 한낮의 더위도 가신 6시였다. 정상에서 길은 직진이 아니라 남쪽으로 리본을 따라 가야한다. 10여분 후에 대나무 깃대가 펄럭이는 천황봉에 도착하여 내려다보니 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리본도 표시가 애매하고 길은 직진과 서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래도 리본이 붙어있는 서쪽으로 내려가다 리본이 나타나지 않자 이제는 헛수고를 다시 할 수가 없으니 되돌아 올라왔다. 그러나 지도 한 장 없는 우리에게 시야가 없고 방향의 예고가 없으니 오직 리본의 안내를 받아야하는데 리본이 없어졌으니 어쩔 것인가? 천황산을 아무리 맴돌아도 리본은 없고 하는 수없이 그래도 길이 반듯하고 방향표시 리본이라도 믿고 가야지 다시 내려갔다. 얼마나 의
심을 하면서 한 10여분 내려가자 다른 길과 만났다. 아, 천황산에서 내려가는 두 길이 다시 이곳에서 만나니 리본이 나타났다. 다행이었다. 이제 6시도 넘었고 지금 또 다시 길을 잃고 헤맨다면 언제 마을에 갈지도 기약이 없는 일이 아닌가?

그러나 우린 어디에서 잘 것인가에 대한 걱정은 아예 없었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절골재까지 왔던 것이다. 이곳의 이름은 배곡재라고 부른다. 고성군 상림면 망림리를 절골이라고 부르니 절골재라고 표시했는데 고개 넘어 고성군 영현면 봉발리에서는 이 고개를 배곡재라고 부른다. 봉발리의 발산이라는 마을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유는 산에서 양쪽 고개아래를 내려다보니 절골마을은 저 멀리로 마을이 보이고 봉발리쪽으로는 마을도 보이지 않았으나 나는 북쪽 마을이 더욱 산중마을임을 알고있고 보이지 않으나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을 저수지와 길 옆 고추밭을 보고 알았다. 해는 어느 덧 지고 골짜기를 따라 층계 논에는 모심는 사람이 보였다. 어스름이 밀려 내려오는 산골마을을 찾아 저수지 길을 구비 돌아 산모롱이를 내려오니 한낮의 더위도 한숨을 죽이고 찔레꽃 향기가 아스라이 피어나는 황톳길 산골짜기 길이건만 우린 가득 지친 몸에 어디든지 그냥 몸 맡겨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었다. 경운기가 할아버지와 함께 우릴 태우러 들에서 길로 들어섰다. 아 내려가지 말고 그냥 기다리자 저 경운기 뒤에라도 타고 가자. 할아버지의 경운기는 우릴 태우고 가다 산언덕에 메어둔 염소를 데리고 내려와 우리에게 고삐를 맡긴다. 할아버지는 경운기를 몰고 우린 경운기에 타고 염소는 우리에게 붙들려 四色
이 한 줄로 늘어서서 산길을 타고 털 털 털 으하하 하하 음매 음매 음매 하면서 길을 갔다.

마을은 길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골짜기를 수직으로 내다보는 작은 골짜기 속에 숨어 있었다. 봉발리 발산마을이었다. 이 마을에는 60여 가구가 살았으나 지금은 30여 가구만 살고 있었다. 양씨 김씨 백씨 세 성의 집성촌으로 마을 이장도 세 성이 돌아가며 하고 있다고 했다. 마을의 모양이 팔자 모양이었고 마을 어귀 양쪽으로 느티나무를 심어 마을을 알렸다. 마을에 내려 마을 사람에게 물었다. 어느 할머니 홀로 사시는 집 소개를 부탁한다고, 그러다 어디 하룻밤 묵어갈 만한 집 소개를 부탁한다고, 그러나 아무도 그런 집도 방 없다고 했다. 우린 정말 그런 집이 없다고 믿었다. 설마하니 집을 두고 방을 두고 재워주질 않겠느냐고 생각했었다. 우린 먹을 것도 있고 침구도 있으니 잠 잘 곳만 빌려주면 된다는데 이런 곳도 없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몇 집을 돌다 포기를 하고 마을을 떠나가려니 아주 풍채가 좋은 아저씨가 논에서 바로 올라온 차림으로 만났다. 우린 산 이야기에 죽이 맞았다. 한동안 이산 저 산 이야기를 하다 그만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사실이지 우리가 이 마을을 떠나려면 어서 떠나야했다. 조금이라도 어둡기 전에 떠나야했었다.
그러나 나는 이 마을을 떠나기가 싫었다. 이 마을에서 오늘밤 자기로 했는데 아직 사람을 못 만났을 따름이지 이런 산골 마을이라면 하룻밤 묵고 싶은 곳이었다. 우리 사정을 다 들은 그 사람도 끝내 방이 없다고만 했다. 저쪽에 노인회관이 있었는데 그 곳에도 아니 됩니까? 그곳도 고개를 흔들었다. 자기 집에 오늘 도회지서 아들들이 와서 방이 없어 난감해했다. 그리고 사실 그도 우릴 누구에게 소개시킬 만큼 우리의 신분을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차에 마을 중앙도로에 한 분이 내려오셨다. 아저씨는 그를 불러서 몇 마디 우리 이야기를 했다. 그 아저씨도 끝내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다만 우릴 자꾸 쳐다보며 안타까워하기만 했다. 우린 이제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인사를 하고 이제 이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떠나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나중에 나타난 아저씨가 "정 그렇다면 우리 집으로 갑시다"우리는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좀 망설이고 있으니 따라오라고 하면서 앞서 걸어갔다. 그리하여 우린 그 댁에서 하루밤 잠을 잘 수가 있었다. 경남 고성군 영현면 봉발리 8-3번지 양영수씨 (T 0556-673-0263).참 인연이란 게 있을까? 그 댁에 들어서니 아주머니께서 얼른 대답을 아니하신다. 일단 들어와서 좀 씻으라고만 권했다. 우린 마치 도망자나 불량자로 보였던 것 같았다. 들어가질 못하고 문밖에서 머뭇거리자 이제는 빨리 들어와서 씻고 저녁이나 먹어라 하신다. 그러고는 우리의 신분파악을 위해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우린 들어가서 땀에 젓은 옷을 벗고 싸워장에서 몸을 씻고 나오니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그 아주머니께서는 일단은 식사부터 하고 잠을 잘 수 있는지 없는지는 추후 몇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만 하다고 다짐을 했다. 난 그런 관문쯤은 통과할 자신이었다. 왜냐면 내 인생 철학에 이런 주관이 있기 때문이다."정직은 가장 좋은 방편이다." "Honesty is best policy" 밥상을 받고 소주병을 꺼내니 아주머니께서 집에서 담근 칡술을 내어 놓으셨다. 여러 가지 시골 반찬에다 밥 한 그릇을 비우고 그 동안 여러 가지 질문에 순순히 대답을 하자 아저씨께서 자꾸 민망하신가보다. 이제 그의 문답은 끝나고 식사 후에 주민증을 맡기라고 하셨다.
주민증만 맡길 것이냐 간이라도 맡길 수가 있다면 맡길 것이다. 우린 각자 주민증과 자동차 면허증까지 맡기고 일찍 잠이 들었다. 아주머니 말씀이 혹 하는 생각에 자기는 오늘밤 잠을 못 이룰 것이라는 것이다. 정말이지 미안했다 우리 때문에 편한 잠을 못 잔다니 미안하지 않고  아니 그런가? 우린 잠드니 아침이 밝았다. 벌써 시골은 날이 새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더 잘 수가 없었다. 6시였다. 일어나니 어제의 긴장도 다 풀어지고 의심도 다 녹았다.
참 나그네란 딱한 노릇이구나. 자기의 신분을 스스로 입정하지 못하니 인간사 어려움이 여기에 있구나. 이 세상이 그런 세상이 되고 말았다. 저 바보 상자 테레비가 이 세상 인간을 서로 믿지 못하도록 선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시골에 무슨 범죄가 오겠느냐. 테레비를 보면 사기꾼, 강도, 도적 그야말로 눈뜨고 코 비어 가는 세상이라고 믿게 된다고 했다. 우린 다음날 아침도 아주머니께서 지어주신 아침밥과 그리고 싸 주신 도시락을 받아서 나왔다. 음식 인심도 후하고 인정도 많으신 분들이셨다. 돌아와서 전화를 넣었더니 무척이나 반가워하신다. 그래도 우리의 시골 산골 인심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왔다. 마을 앞을 지나 나오면서 풍채 좋은 백승래 아저씨 댁으로 갔다. 작별 인사를 드릴 참이었다. 그는 이런 산중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글씨도 쓰시며 분재와 나무 키우는 취미를 갔고 있었다.

6월4일 동구 앞을 나와 어제 경운기 타고 내려온 길을 따라 배곡재로 7시 40분에 출발했다. 오늘 백운산과 부련이재로 갈 것이다.배곡재(절골재)에서 서쪽으로 산길을 타고 올라섰다. 길은 약간 오름이 있다가 곧이어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는 산길을 평이하게 걸었다. 길은 아주 걷기도 좋고 찾기도 좋았다. 간혹 우측으로 임도가 나오기도 하지만 리본이 알맞게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우리가 잤던 발산마을이 여덟 팔자형으로 앉아있었다. 9시 30분에 산불이 나서 산마루가 다 타버린 불탄 자리에서 피어버린 고사리밭 속에 간간이 늦게 나오는 고사리를 한 주머니 꺾어 철탑에 도착하니 10시였다. 몇 개의 간헐적으로 나오는 산마루에서 간간이 더위를 식히며 어제의 헤매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주 조심스레 길을 찾아서 나아갔다. 드디어 백운산처럼 생긴 곳에 도착했다. 잡목과 떡갈나무가 가리어 산 정상인지 그냥 통과하는 산인지 높은 산인지 고만고만한 산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짐작으로 백운산이라고 여기고 10시 반에 지나갔다. 10시 50분 임도시설 고봉 영부지구 머릿돌이 새겨진 고갯길에서 고개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땀을 식혔다. 12시에 철탑을 지나고 10분 후에 또 철탑을 지나고 헬기장이 나오는 정상을 지나가다 먼저 지나간 산행 팀의 발자취를 발견했다. 아마도 2시간 이내에 이곳을 지난 흔적이었다. 12시 30분 또 다른 헬기장에서 직진하지 말고 리본을 확인하여 20도 방향인 북으로 돌려 내려가야 했다. 1시에 남쪽 사면이 민둥산이 나오는 비스듬한 정상에서 우린 점심을 먹었다. 식후에 길을 보니 직진이 아니고 40도 방향 그러니 북동방향으로 리본을 찾아가야 했다. 그냥 직진한다면 또 어느 곳으로 갈지 모른다. 식후라 태양이 좋은 바람 부는 그늘에서 낮잠을 한 10분 자고  2시 50분에 또 헬기장을 지났다. 3시 45분에 진행방향이 북에서 동으로 완전히 바뀌는 곳에서 리본과 길을 잘 찾아야했다. 산정이 넓어져 길이 갈래 갈래로 어느 길이 진짜길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3시 50분까지 계속 동으로 가다 까만 자갈이 임도에 깔린 곳으로 내려섰다. 자갈길을 따라 5분여 가서 임도 삼거리를 만났다. 동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잡고 50m도 채 못 가서 우측으로 리본이 나오고 잘 살펴보아야 한다. 임도를 버리고 숲길로 올라섰다. 리본이 줄줄이 길을 열고 있었다. 자갈길로 내려서지 말고 우측으로 자갈길을 두고 숲길을 계속 갔다. 무덤 앞에서 직진하면 자갈길로 내려서나 이곳으로 가면 아니 된다. 무덤에서 동으로 길을 살피면 리본이 나온다. 계속 동으로 가면서 좌로 임도를 끼고 가다 이제는 임도는 어디로 저 혼자 가버리고 우측으로 감나무 밭이 나오면 감나무 밭 담을 끼고 나아갔다.

리본이 나오면 리본을 찾아가라. 감나무 밭을 통과하면 또 숲길이 나오고 이제 북과 동으로 갈라지는 곳에서 리본을 확인하고 동으로 가다가 보면 가시밭길이 나온다. 우린 여기서 길만 보고 나아가다 그만 북으로 난 길을 놓치고 동으로 갔다. 그리하여 온통 가시덤불로 갈 길이 막힌 곳으로 눈으로만 여기고 정맥이라 생각하고 능선을 타고 갔다. 그러나 정맥 같은 능선은 이미 다른 능선이고 길은 없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최대의 실수를 했었다. 리본이 없으면 돌아 나와야 하는데 우린 보이는 높은 언덕을 정맥으로 믿는 오류를 범했다. 그리고 온 얼굴, 손, 발, 다리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도록 가시에 찔리고 할퀸 몸으로 산돼지처럼 가시밭을 지나왔다. 밤나무 밭이 나와 한숨을 돌리고도 종주기를 다시 읽고 저 아래 보이는 자동차길이 부련이재라고 하면서 감나무 과수원을 나와서 쳐다보니 산 아래로 만나서는 안 되는 저수지가 동구만이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식수가 고갈 난 지는 오래 되었고 할퀸 몸이 따가우니 우린 저수지로 내려가 손과 얼굴을 씻었다. 우리가 가야할 종주 능선은 건너 서쪽으로 해를 기대고 앉아 있었다. 이제 그
가시밭길을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저수지를 건너 농장으로 가서 물이라도 먹고 오늘 산행을 그만두든지 다시 산으로 올라가든지 해야겠다하고 농장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혼자 계셨다. 엽차 두 잔과 매실주 한 컵씩 얻어 마시고 할아버지의 인생이야기를 한동안 듣다가 할아버지 말씀이 부련이재로 가면 차도 못 타니 그만 저 아래 마을로 내려가라고 충고를 해 주셨다. 그 농장의 소재지는 진주시 금곡면 두문리 산 120번지 김윤갑 할아버지께서 사시는 집이었다. 진주 사범학교를 일제에 졸업하시고 교직생활 48년 6개월 동안 교장직을 28년 6개월을 하신 마산 분이셨다. 정년후 이곳으로 오셔서 농장을 하신다며 따 둔 매실을 선물로 한 자루 주셨다. 나는 그 매실로 사천 내 아파트에다 소주 5대를 붓고 매실주를 담구었다. 그 술을 마실 적마다 가시에 찔리며 산길을 헤쳐 나온 두문리와 부련이재와 김할아버지를 생각할 것이다.

할아버지와 헤어져 우린 감나무 과수원을 다시 올라 넘어왔던 산으로 다시 올라갔다. 몇 개의 무덤을 지나 능선에 오르니 해도 어느덧 사천만으로 빠지고 노을이 지는 여름의 저녁이 스믈스믈 밀려나오고 있었다. 이제 이 능선의 리본을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건만 10분도 채 못 가서 우린 또 리본은 놓치고 길만 붙들고 내려갔다. 우리가 진작에 옆에 끼고 왔던 임도가 다시 나왔다. 그러니 결국 마루금을 꼭 타야하는 산길이 아니라면 산자분수령을 지키면서 쉽게 가는 방법은 그냥 저 위에서부터 임도로 곧장 왔다면 이곳까지 헤매지 않고 왔을 길이었다. 그러나 임도를 타고 가면 마루금도 놓치고 길도 멀고 뙤약볕이니 산길이 좋으련만, 산길을 아니 가는 이가 많으니 리본도 부실하고 길도 희미해져 있었다. 혹 이 글을 참고로 길을 가신다면 이 구간만은 그냥 임도 따라 가시라고 권하고 싶은 악몽 같은 가시밭길이었다. 지옥의 길었다. 드디어 동서로 자동차가 휙휙 지나가는 부련이재에서 어디로 내려갈 것인가를 생각하다 영현면 영부리로 갔다. 만약 반대로 간다면 사천으로 갈 수가 있다는 고성군 상리면 고봉리로 갈 것이다. 지나가는 승합차를 얻어 타고 영부리로 내려가 진주시 금곡으로 가서 문산을 지나 진주 계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문산까지 가면서 좌측의 정맥 길을 눈으로 재어보면서 물이 어디로 가는지 살피니 이곳의 물들은 다 남강으로 가야하니 북으로 흘러가야 하는 꼴이 되었다.

같이 간 아우를 문산에서 보내고 그는 마산으로 가야하니 문산서 반성을 지나 진동을 지나 마산 가는 버스로 보내고 나는 혼자서 초여름에 "울음이 타는 가을강"이라는 시를 쓴 이 시대의 마지막 서정시인인 박재삼 시인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는 이곳 사천이 그의 고향이었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사천만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우리 문단의 토착어를 구사한 향토시인의 그 구수한 말투가 자꾸만 자꾸만 맴돌이처럼 맴돌아 나오니 이 시 한편을 마저 읊지 않을 수가 없구나.

밤바다에서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나와 바닷가에 서자.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진정할 수 없는
괴로운 꽃비늘을 닮아야 하리.
천하에 많은 할 말이,
천상의 많은 별들의 반짝임처럼
바다의 밤물결되어 찬란해야 하리.
아니 아파야 아파야 하리.

이윽고 누님이 섬에 떠 있듯이
그렇게 잠들리.
그때 나는 섬가에 부딪치는 물결처럼
누님의 치맛살에 얼굴을 묻고
가늘고 먼 울음을 울음을,
울음 울리라.

아, 박 시인은 갔지만 그의 이 주옥같은 언어는 남아 우리의 가슴에 심금을 울리구나. 온 몸에서 땀내가 풀풀 나는 옷을 입고 시외버스를 타고 계양서 사천으로 돌아왔다. 고성 관음정사에서 이곳 부련이재까지의 산행은 그야말로 빙빙 도는 그리고 길 찾아가는 숨바꼭질 같은 산행이었고 진도가 나가지 않고 더위에 땀으로 얼룩이 지고 부처님 손바닥에서 뱅글뱅글 돌다 온 산행이었다. 인생살이가 어느 것 하나 이런 일이 아닌 것이 어디 있더냐!
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그런 과정이 삶이거늘.....

2000. 06. 08. 이학근씀

  
     



post modify delete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