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농일기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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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온다카는데)
오면 자고 노는 것은 그렇다고 치고
뭐 묵을끼 있어야지.......
그래서 내가 궁리를 하나 내었다
야들아, 너희들 모이는데 좋은 콘도도 많고, 멋진 휴양지도 많잖아
조선천지 돈만 있고 빽만 있으면 어디를 못 구하겠니?
헌데 굳이 시간이 임박하고 마땅한 곳이 없으면
팔도에서 교통이 거나마 괜찮고 산좋고 물좋은 지리산근처이니
내 산막이라도 올라카모 오이라. 단 놀라며는 먹는 것도 중요하니 끼니에 해당하는 반찬꺼리를 준비하여 와야 한다
내가 이렇게 턱하게 공고를 내었더니, 며칠 연락이 없어 아무래도 보고 듣지도 못한 내 산막이라고 하니 불안하기도 하고 또 남정네 혼자만 딸랑거리고 오는 것도 아니고 동부인하여 온다고 하니 내키지 않는 모양이구나 싶었다.
며칠이 지나고 명색이 회장이라는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다짜고짜로 장소를 산막에서라고 방을 붙여놓고는 약도는 내가 보내라고 한다.
그래 이놈들아 마음 잘 먹었다. 조선천지 이 더위에 산천경계좋고 바람 시원한 내 산막만한 곳이 있는 줄 알았냐?
이렇게 초청을 하고 나서 하루 이틀 날은 지나고 있는데 산막공사는 마무리가 안 되는 것이다.
막상 내일이 친구들이 온다는 날인데
나는 오늘까지 포크레인 정사장이랑 주차장의 샘터 공사며, 개울에 계단 공사며, 잔돌놓기 공사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짜장 산막 처마에 붙일 스티로폴 공사까지 벌렸으니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은 더욱 마음이 조였지도 싶다
이 스티로폴 처마 천정 공사란 것이 무엇인가하면
산막에는 마루가 없어 평상을 놓고는 마루대신 앉곤 하는데
처마부분의 지붕이 스레이트 한장으로 마감이 되어있어 여름 햇살에 데워지면 열기가 평상에 내려와서 평상에 앉아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천정에 50미리 스티로폴을 붙이고 합판으로 막는 작업인데 자재는 벌써 구해놓고는 천정에 올려 붙이는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감히 그 일을 시작할 수 없는 이유는 나 혼자서는 죽었다가 깨어나고 못하는 일이고, 정사장 하는 말이 이 산막 전주인인 하선생보고 천장에 못을 자동으로 박는 따닥인지 빡빡인지 하는 기구를 얻어다가 공사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하라는 것이다.
일이 목전에 닿아야 염치도 없어지는 것인지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시일이 없고 보니 미안하긴 해도 어쩔수가 없었다.
토끼집을 지어놓고 매일 매일 먹이를 주기 위해 산막근처로 오는 것을 알기에 시간에 맞추어 전화를 넣어드니 마치고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받았다.
하여가네 그리 그리 하여 산막의 공사를 대강 마무리를 해 놓고는 친구들이 오길 기다리는 날이 되었다.
경향각지에서 올라오는 사람, 내려오는 사람 인터넷 지도 파일로 편집을 한 약도를 보고는 별 탈없이 찾아왔다.
서울에서 온 사람은 산막에 선 남근석을 보고는 돈으로 셈하기 시작한다.
대구에서 제법 땅부자라고 하는 친구는 산막 땅에 몇평인지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묻는다.
무슨 꽃이 피었고 어떤 나무들이 심어졌고, 물이 어떻고 산이 어떻고는 내 혼자 좋아서 야단이었지 그네들의 관심하고는 저만치 멀었다.
그저 커다란 연못에 물만 덩그렇게 담겼고 나무가 없어 빈 자리같아 보였을 것이다.
저녁에 조명들이 켜지고 가로등이 켜지자 분위기가 뜨는지, 술상을 들고 가로등불아래 개울물에도 나 앉고, 연못가 바위위에도 앉아서 분위기를 잡는다.
허기사 하룻밤 자고 나면 떠날 사람이 여기에 무슨 정이 붙겠나?
지난 여름내내 땀 흘리며 이 공사에 열정을 쏟아본 일이 없는 사람이 어디 공원이나 유원지 한번 다녀가는 느낌이상을 기대하면 나의 욕심이지 싶었다.
농촌생활을 어릴적에 해 본 친구들이건만 도회지 생활에 익숙한 그들이 달려드는 모기에 혼비백산이다.
모깃불을 피워서 연기를 올리자 이제는 연기에 목이 막히니 눈을 못 뜨겠다고 아우성이다.
연기를 피하니 모기가 물고, 모기를 피하자니 연기를 마셔야 하니.....
모기향을 피우고 킬라를 뿌리고 부채를 부치고 불편하고 답답한 모양이다.
그래도 남자들은 잘 참아내는데 부인네들이 더욱 극성인 것은 늙어나 젊어나 어쩔수가 없다. 환경에 적응력이 여자가 남자보다 약한 것은.
그래도 다음날 떠날 때는
잘 놀다 간다고 또 온다고 말은 하더라마는
아니 또 오겠나 싶다
이런 생고생하는 곳에 뭐 하는다고 물어 물어 찾아오겠나 싶어
다 보내고 나서 미안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였다.
친구 사는 곳이라 찾아온 것이 그들의 이유일 것이 너무도 판연하데
내년에는 또 온다는 빈말에, 그래 그래 그러지 하였지만
내년에는 아서라, 나도 다른 곳에서 만나야지 나도 수월하고 놀러 가는 맛이 날 것 아닌가 하면서 장소 선택을 바꿀까 한다.
그래 맞어
막상 온다카니 이것 저것 자랑도 하고 보여주고도 싶었지만
어디 내 놓을 만 한 것이 하나라도 있나?
조선 천지에 내 산막에만 있는 물건이 말이다
저 남근석 하나만 빼고는
2004. 0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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