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농일기 4
|
| |
|
|
| |
| |
| |
산농일기 4
농약을 뿌리는 펌프가 돌아가자 분무기 끝에서 물안개로 농약이 쏟아진다.
난생 처음으로 농약을 뿌려보는 것이다
100미터짜리 호스가 동태에서 풀려져 나온다.
손잡이 아래 부분에 노즐을 개폐하는 장치가 있어 좌우로 돌려보니 분사되는 양이 조절된다.
멀리 올려 보낼 수도 있고 가까이 안개비처럼 연막으로 칠 수도 있다.
감나무 높은 곳으로는 물줄기를 가늘게 하여 멀리 보낸다
정말로 농약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바람 방향을 몰라 약이 내 쪽으로 날아와도 그냥 얼굴이며 목에 맞으며 감나무를 향해 열심히 뿌린다.
금방 오래된 농부처럼 분무기를 이쪽 저쪽으로 흔들며 목에 건 수건으로 땀을 닦는다. 동태는 당기면 절로 돌며 쉽게 풀려주어 감나무 쉰 주를 한시간 남짓 걸려서 일을 마쳤다.
감나무 잎사귀에서 빗방울처럼 물이 흘러내린다.
농약가게에서 날아다니는 벌도 안 죽는 약이라고 했는데
정말 벌 한 마리가 내 머리 위에서 나를 노려보면 윙윙거리면 날다가 저쪽으로 사라진다.
내참 감나무가 약 기운을 먹기나 할라나 오히려 걱정이다
그래도 마음이 놓인다. 감이 다 빠진다는 말은 이제 안 믿어도 되잖아..
"감나무 약을 쳤냐고?" 마을 어른이 물으면 이제 "예" 할 수가 있으니
옷이며 모자며 얼굴과 손에 약에 젖었다.
아무래도 목욕을 해야겠다
비누하나를 들고 시냇가에 가서 옷을 입은 채로 물 속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옷을 다 벗고는 비누칠을 한다
하늘에 구름 한 점이 가만히 내려다본다
시원하기 거지 없다
옷가지를 냇물에서 꺼내 빨래 돌에 쓱쓱 비비어 흘러가는 물에 몇 번 헹구어서 냇가 바위에 늘어놓고는 물 속에 몸을 담근다.
갈아입을 옷도 가져오지 않고는 목욕부터 해 버렸는데
그러나 전혀 염려 없는 곳이다
그냥 벗은 채로 마당으로 걸어 들어가도 괜찮은 곳이지만
팬티하나는 걸쳐야 내 마음이 편안하니..
물에 젖은 고무신, 엄지발가락에 신의 코를 걸어 달랑달랑 앞뒤로 흔들어 물을 뺀다
내 이 기술은 소 시절에 배운 기술이다.
한쪽 발로 고무신 물 빼는 건 참말로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쉽다.
두 쪽 고무신 물을 교대로 빼고는 햇살이 내리쬐는 마당을 건너 들어와서는 바지와 난방싸츠를 빨래 줄에 간단히 걸고는 빨래 집개를 물린다
아하
농약 치는 것은 다 배웠다.
이제 필요하면 약만 사오면 바로 시운전이 가능한 상태로 모터를 고정시켜놓았다.
화장실 개조하는 아저씨 불러서 소주 한잔하자고 하니
"좋지요."
일자리에 퍼지고 않아서 소주 병 뚜껑을 아짝 돌린다
그 당세 아저씨는 텃밭에서 풋고추 네댓개를 한 손에 움켜쥐고 앉는다
둘이서 한자리에서 소주 한 병이 딱이다.
풋고추 두개씩으로...
2003. 06. 30.
사천의 두칠이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