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에 적은 하이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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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에 적은
지리산 겨울 산행후 적은 하이쿠들
1
절반은 흰색
나머지 절반은 파란색
겨울 산에 오르니
2
벗은 가지에
별들이 매달린다
어둡다고
3
바위에 쌓인 눈도
숨을 죽인다
산그늘이 지니
4
산새가 의자에 앉자
따라가 앉았더니
자리를 옮기네
5
눈밭에 발자국
그 사이 흘린
똥 한줄기
6
눈이 쌓이니
바위도 물줄기도
사라지네
7
별들도 추워서
몸을 붙었다
겨울 산
8
너희가
외로움을 아니?
산 짐승
9
밥알 하나
바위에 붙이네
혹, 산새가 올지도
10
눈 속을
지팡이로 찔렀더니
바위 속이 비었네
11
이 나무 지팡이
재수 없는 날이다
산 정상까지 몇 번째인가
12
눈밭에
엎드린 자리
패인 구멍이 둘
13
날 그만 안아 주게나
이제 징그럽다네
천왕봉 頂上石
14
눈 온 다음날
산이 똥 누는 소리
끙!
15
지난해 똥 눈 자리에서
점심을 먹었네
다음에는 똥을 누겠네
16
산 안개
걷히면서
仙境을 그려놓네
17
토종벌은
세석고원을 오르내리네
꿀만 먹고도
18
깊은 밤
바쇼의 시를 읽는다
오랜 연못에 물소리
19
한차례 물 내리는 소리
위층 사람도 깨었구나
잠 못 드는 겨울밤
2003. 02. 04. 자정에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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