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문수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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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 구비 산구비 돌아
산마루에 올라 또 돌아
하늘을 우러러 올려다보니
석벽(石壁) 위에 절 하나 올렸네
노송 그늘 평바위에 서니
아득한 해원(海園)이 하늘과 맞닿았네
어디가 하늘인가, 어디가 바다인가
바라보는 가슴 거저 시원하고 통쾌할 따름일세
가을 햇살은 산산에 불을 지피고
해무(海霧)는 앞산 구릉을 덮은 듯
백년도 못 된 예전에는
초옥(草屋)으로 대처승이 살았다는
일흔이 넘도록 공양주 보살을 하셨다는
절 아래 사시는 할머니 말씀
남해 보리암이 절경이라고?
육지에 이만한 바다절경은
남한 천지에는 없다고 하신다
군바리 전통(全通)이 귀양살이 절한다고
이 고장 출신 허모씨가 다녀간 후
세상에 알려져 불사(佛事)가 일어나고
부처님 믿는 사람 치고 사자 탄다는 문수보살
코끼리 탄다는 보현보살 모르는 사람 없지 않는가
철모르고 입동(立冬)에 핀 흰 동백(冬柏) 꽃송이가
부처님 찾아가는 외길에 누었구나
철모르고 사는 나를 보는 듯
차마 즈려 밟지 못하고 길가에 모아둔
그 마음이 불심(佛心)인가
저무는 산녁에는 산그늘이 내리는데
서산마루에 떨어지는 해를 보고도
산중 절간에 찾아와서 뵙고도
마음 그만 내려놓지 못하고
슬프게도 아직도
흔들리는 저 바다 물에
내 마음을 두네.
2002. 11.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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