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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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출간된 닉 바르코의 소설 '슬픈 일요일의 노래'를 독일의 롤프 슈밸 감독이 1999년에 영화화 한 자살의 노래 '글루미 선데이'는 가슴을 한동안 얼얼하게 한 영화였다.
몇 가지 나를 감동시킨 것들은 일로나 역을 열연한 여배우 에리카 마로잔의 미모와 통 큰 사랑을 할 줄 아는 자보 그리고 천재이지만 너무도 단순하고 고지식한 사랑밖에 모르는 바보 같은 음악가 안드라스이다.
한 여자를 아니 내 여자를 그리 쉽게 단번에 넘겨주던 자보의 모습은 진정 사랑이란 게 무엇인가를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사랑은 배려이다. 그리고 사랑은 감정이니 내가 상대방에게 어쩔 수가 없는 것이 생리이니, 다 잃느니 반쪽이라도 가지겠다는 결단은 작금에 사랑에 울고불고 사니 못사니 하는 우울한 사랑에 글루미 선데이는 우울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에게는 신선한 이야기였다.
두 남자를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았던 여인 일로나가 더욱, 가슴만 큰 것이 아니라 맘도 큰 여자였다.
우리는 과연 사랑을 나누어 베풀 수 있는가?
사랑에는 악마가 산다. 그래서 사랑에 눈이 멀면 죽음도 두렵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질투가 불 같이 일어난다.
보랏빛 꽃다발 같은 가슴으로 살 것 같았던 일로나는 결국 사랑했던 두 남자는 숙명처럼 다 죽고, 미워하다 만나다 헤어지고 만 나치 독일장교 한스와의 마지막 만남에서 사랑한 두 남자를 죽게 한 복수를 하면서 영화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으로 다시 이어지고 만다.
사랑과 숙명과 복수.
글루미 선데이처럼 우울한 시절에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 그 영원한 명제 앞에 나는 또 하나의 실험을 꿈꾼다.
200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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