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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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생선 비린내 선실 가득한 날
먹장구름 무섭게 몰려가던 날
너울은 사납도록 뱃전을 덮치는 날
통영서 연락선 타고 욕지도 가는데
배 멀미에 계집 사내 정신이 아득하다
통영장서 산 풍년초 담배 한 봉지
아들 줄 고무신 담은 다라이 저만치
저고리 옷고름 다 풀어지도록
선실 바닥 이리저리 뒹굴다
곁에 누운 사내에게 안기고 만다
계집은 눈을 감는다
배는 너울 따라 아래위로 오르내리는데
사내 품에 안긴 계집은 좌우로 흔들리는데
목젖까지 밀러온 구토를 생각하니
그만 사내의 사타구니를 덥석 붙잡고 만다
천장에 백열등
깜빡 깜빡 흔들리고
비린내 젖은 몸에 불길이 이는데
여기 저기 쌍쌍이 안고 누워
태풍아 불어라
배야 흔들어라
이 배는 욕지도 가는 연락선
견딜 수 없던 구토는 거짓말이 되었다
한바탕 폭풍우 끝이 나고
선장은 뱃고동을 울리니
밀려간 고무다라이 챙겨 이고
사내 얼굴도 안보고
흩어진 저고리 고쳐 입는다
걱정되어 나온 아들 손잡고
뒤도 안 돌아보고 온
바닷가 오막살이
칸델라 불빛아래
고쟁이 속 젖은 손으로
생선 판 돈 꺼내들고
여보 당신 엄마 아빠
웃음꽃이 만발하다
욕지도에선
아무도 그런 일을 입밖에 내는 사람이 없었다.
2002.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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