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편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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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는 달이 반쪽이었습니다.
어제 퇴근길에는 땅이 젖고 빗방울이 이따금씩 드리워지더니
웬걸 마알간 하늘이 쪽빛으로 훤합니다.
봄바람에 날리던 먼지와 매연들이
다 이번 비에 씻어나간 모양입니다.
바람이 싱그럽습니다. 아니 달콤합니다. 봄바람인가 봅니다.
거리의 사람들의 발걸음들이 점점 빨라지고
행인들이 숫자가 늘어납니다.
이모부 님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딸만 넷인 우리 외가에 아버지가 큰 사위이셨고
다음이 돌아가신 이모부 님이십니다.
아버지 가시니 다음 차례로 큰 이모부 님이 가셨답니다.
몇 해 전에 이모 님도 떠나셨는데 마저 가시니 초상집이 썰렁합니다.
조문객들이야 아들, 사위 따라와 한가득 하지만
어찌 어른이라고는 별로 안 보이는 초상집입니다.
우리 집안에 어른이시던 분들이
이제는 한 분, 두 분 떠나시고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초상집에는 시골 어른 분들이 안방에 앉아서
종사 일이며 상여 나갈 일을 챙겨주시어야 든든한데
이제는 그런 모습이 보기 어렵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내 나이가 이제는 우리 아이들 보면
바로 이런 일에 주축이 되어야 할 나이이긴 합니다.
2002년 새해가 밝아왔다고 하더니, 또 음력 정월 설날이 왔다 싶더니,
대보름도 훌쩍 지나가고 저 달을 보니 정월달도 다 지나가나 봅니다.
세월은 이렇듯 화살같이 달아납니다.
그 나르는 화살에 내가 실려있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은 채 우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나고 보면 그 때가 좋은 시절이었다고 하고,
지나고 보면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는 것이
인생살이가 아닌가 합니다.
남해고속도를 달려 사천으로 달을 앞장 세워서 돌아왔습니다.
곤한 몸이 사천 공기를 맞으니 기운이 돌아오고 생기가 돋아납니다.
야산 작은 밭떼기는 붉은 황토가 비에 젖어 더욱 유난합니다.
저 황토 빛으로 우린 언젠가 돌아갈 것입니다.
봄은 황토색이 짙어져 붉은 꽃을 피우며 태어납니다.
그래서 나는 황토를 좋아합니다.
겨울에는 마늘이 자라나고
여름이면 고구마가 몸을 불리는 황토밭은
우리들의 진정한 고향입니다.
봄이 오는 길목 이곳 사천에는 봄비도 왔고
화사한 매화도 피었고 노오란 산수유도 피었습니다.
봄은 하루에 백 리를 달려 북으로 올라갈 것입니다.
온 누리의 언 땅을 녹이듯이 우리들의 언 마음도 녹여
정겨운 세상을 만들어지길 기원합니다.
2002. 03. 06.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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