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편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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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에 봄은 물소리에서 나온다.
겨울 내내 쌓인 눈이 산 아래서부터 녹기 시작하여 앞 산 뒷산을 벗기고,
양지 바른 무덤가도 벗기고,
이제는 그늘이 짙은 서북쪽 산자락 아래 덕지덕지 붙은 눈 자리도 씻어내었다.
눈 녹은 물을 먹고 나무들은 봄기운을 차린다.
금년은 철이 일러 경첩이면 많이 난다는 고로세 물도 이제 파장이다.
허기사 위 지방인 소백산 태백산에는 아직은 이른 시절인지 모르나
이곳 지리산의 고로세 나무는 물을 뱉지 않는다.
지리산 함양군 마천면 광점동 마을에 우리 일행이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였다.
광점동 오두막 흙 부엌에는 꼬부랑 할머니 한 분이 장작불을 지피고 계셨다.
길도 물어볼 겸해서 인사를 드리고 아침을 짓는 중이시냐고 묻자 그냥 방을 데운다면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계셨다.
솥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할머니께서는 할아버지랑 두 분이 사신다고 하셨다.
적어도 40여 년 전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시던 모습으로 보였다.
광점동은 지리산 칠선 계곡 옆으로 초암 능선을 사이로
지리산 동북쪽에서 북으로 흘러내리는 허방다리 골과 어름 골을 끼고 있는 마을이다.
오르는 길에 오래된 벽송사라는 절과 그 절의 암자인 서암이 있다.
산중이라 그리고 북쪽에서 오르는 산길이라 이른 아침 산 기운이 흘러내리는 산골짜기를 따라 산행을 하였다.
얼음 골과 허방다리 골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그야말로 청아한 玉水 그대로였다.
깊고 깊은 산 그리고 사람의 인적이라고는 여간해서 볼 수도 없는 산골의 아침이라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한 30여분을 오르자 계곡 옆 산자락 기슭에 독 가옥이 나왔다.
문명의 혜택은 전혀 누리지 않는 곳이었다.
전기도 전화도 텔레비전도 그리고 그 흔한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곳에 토종벌 벌통만이 여기저기 나무 사이사이에 놓여져 있었고 고로세 물통들이 몇 개가 마당에 뒹굴어져 있었다.
인기척도 없었지만 난 이 집을 안다.
이 집에는 그리 나이 많지 않은 아낙이 살고 있다는 것과 아낙의 남편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나 어린 아이 몇은 같이 살고 있으리라는 추측을 하고 있었다.
지난 늦가을 지리산 능선에서 길을 잃고 무작정 내려온 곳이 바로 이 골짜기였다.
가을 날 짧은 해를 잃고 우리 일행은 겨우 겨우 어둠 속을 헤매며 도착한 곳이 이 독 가옥이었다.
개울을 건너니 불도 켜지 없는 너와집을 만나 사람을 부르니 어둠 속에서 흘러나온 소리가 바로 아낙의 소리였다.
한 30여분만 더 내려가면 광점동 마을이 나온다는 정보와 이제는 길이 곧고 넓으니 길을 따라 내려가라고 알려준 집이었다.
헌데 오늘은 낮인데도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도 난 그 집에는 젊은 아낙과 아이들이 사는 따듯한 집으로 보였다.
물론 나의 착각일 수도 있다.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날 저녁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는 아낙의 소리에는 그럼 느낌이 묻어있었다.
산골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
봄볕이 따사롭고 계곡 바위 곁에는 버들강아지 눈들이 티 밥처럼 부풀어올라 있었다.
눈 녹은 물이 불어 물소리가 유난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온갖 나무들의 가지에는 연보랏빛 파스텔 덧칠이 되어지고 있었다.
지금 지리산 자락에는 나무 가지 물오르는 소리가 분주한 철이었다.
나그네 발걸음도 한결 가벼운 계절이다.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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