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편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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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개구리가 나왔다는 소식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꽃 소식을 몇 자 전할까합니다.
아무래도 봄은 남녘에서 먼저 올 것입니다.
이곳 사천은 남해바다와 접하고 있어
봄바람이 저 바다에서 불어온다면 제일 먼저 닿는 육지입니다.
사천만을 넘어다보면 지척에 남해도가 마치 크다란 짐승처럼 바다를 독점하고 앉아있답니다.
유자와 알로에 농장들이 있다는 곳이니 얼마나 따뜻한 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햇쑥으로 국을 끊여먹었답니다.
살 깊은 조갯살을 듬성듬성 썰어 넣고
들깨가루를 약간 푼 쑥국은 이름 봄의 별미입니다.
농가의 작은 텃밭어귀에 선 매화도 엷고 작은 꽃망울들이 반이나 터졌습니다.
아직 반 봉지는 봉오리가 올망졸망하여 내일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코를 터진 꽃잎으로 가져가서 향기를 맡습니다.
그윽한 향기가 마치의 여인의 살 내음 같습니다.
나에게만 그런 냄새로 느껴지는 걸까요?
좀 부끄럽네요.
그래도 그런 상큼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걸 어쩝니까?
우리 회사는 조경이 잘 되어있습니다.
화단에는 매화도 있지만 살구나무도 있습니다.
봄에 일찍 피는 꽃으로 매화만 못하지만 살구꽃도 일찍 핍니다.
열매가 열리면 살구나 매화나 비슷합니다.
살구는 열매가 익어 노랗게 변하면 아주 맛이 좋습니다.
그러나 매실은 생으로 먹긴 좀 그렇습니다.
매화꽃은 연한 살색입니다.
헌데 살구꽃은 분홍색이 매화보다 짙습니다.
살구나무의 꽃망울은 개화되기 전에 손가락으로 만져보면 아주 탄력이 좋습니다.
이 작은 꽃망울 속에 우주가 들어있답니다.
아니 이렇게 거창하게 말 할 것도 없이 여러 장의 꽃잎이 차곡차곡 개여 있습니다.
이제 입을 열면 그 속에 든 꽃잎들이 천지를 창조하듯이 열릴 것입니다.
나는 짖꿎게 그 봉우리를 살짝 살짝 눌러봅니다.
마치 유두 같아 그 탄력을 즐깁니다.
아. 꽃잎에게 미안합니다.
이 쪽의 벚나무가지 끝에도 불그스레 색이 짙어집니다.
철사로 엮은 담장의 줄 장미 끝자락도 이제는 촉을 달아 놓았습니다.
이른봄에 꽃이 피는 나무들은 지금 한창 물 올리느라고 바쁘답니다.
잠시 한눈을 팔아 피어야 할 시간을 놓치면 한해 농사는, 한해 결실은 끝장이 나니 때를 알고 제 할 일들을 하고 있는 겁니다.
내가 아는 과수 중에 잎이 늦게 나는 것으로 감나무가 있습니다.
감잎은 참 늦게 순을 틔웁니다. 허나 감나무보다 더욱 늦게 잎을 틔우는 나무는 대추나무입니다.
어른들이 말하길 대추나무가 나오면서 "다 나갔나?" 하고 물어보고 나온다고 합니다.
봄은 삼라만상에 아니 오는 곳이 없습니다.
저 산에도 들에도 그리고 저 강가에도 바다에도
하물며 나이 들어 저물어 가는 늙은이의 가슴에도 봄은 옵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노랫가락처럼 온 누리 언 가슴을 타고 봄은 옵니다.
남녘 사천에서 부는 봄바람이 아니라
우리네 가슴 가슴에 먼저 불어오는 봄바람입니다.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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