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편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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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8시경 퇴근길이었습니다.
하늘에는 달이 휘엉청 밝게 떠야 하는데
칠흑 같은 어둠이 사남면 사남 들판에 가득합니다.
회사가 원래 농지를 전용하여 세웠기에
진입로 주위는 전부 아직도 논입니다.
논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자동차 도로를
자동차 불빛에 의지하여 꼬불꼬불 외길을 운전하며 가는데
전방 도로 위에 엉금엉금 기는 물체가 보입니다.
며칠 전 여기는 봄비가 왔습니다.
그리고 매화도 피고 여린 들풀도 꽃대를 내밀었답니다.
물이 나오는 논배미 근처에서 겨울을 나는 개구리는
2월말의 따뜻함에 봄이 온 줄 알고 벌써 땅을 헤치고 나왔습니다.
개구리는 자동차 바퀴에 압사 당할 운명에 놓였습니다.
나는 간신히 속도를 줄여 기어가는 개구리를
자동차 사이로 곡예운전을 하여 지났습니다.
그러나 혹하는 마음으로 가슴을 조이며 마음이 찜질하였습니다.
오늘 새벽에도 날씨는 개구리가
얼어죽지 않았을 만큼 따뜻하였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나 달은 없었습니다.
구름이 하늘에 가득한 새벽이었습니다.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농민이 벌써 아침 달리기를 하는
논 가운데 촛불을 켜 주었답니다.
정월 대보름날이라고 아마 신령님께 기도를 드리러 왔었나봅니다.
날이 밝아서 어제처럼 차를 몰고 논길을 따라 출근을 하였습니다.
어제 보았던 도로에서 정말 아찔한 장면을 보았답니다.
내가 다니는 길로 회사 직원들이 출퇴근을 하는 도로입니다.
큰 도로는 아니지만 지름길이라서 하루에도
수백 대의 승용차가 왕래를 하곤 합니다.
아스팔트 위에 압사 당한 개구리가
내 눈으로 확인된 숫자만 여덟이었답니다.
겨우내 언 땅 밑에서 겨울잠을 자고,
부지런하여 먼저 나온 저 개구리는 나오자마자
뛰지도 못하여 엉금엉금 기어서 도로를 건넜답니다.
그러나 그 길이 바로 저승 가는 길이 될 줄이야!
작년에도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개구리들은 여기에서 수난을 당해야 합니다.
참으로 애석하기 그지없습니다.
현수막이라도 걸어두고 싶습니다.
어제 밤에 도로를 건너고 있는 개구리들을
만루하지 못한 내 책임도 있습니다.
자살을 보고도 방조한 죄입니다.
여긴 원래는 개구리들의 땅입니다.
사람들이 몰려와 개발을 하고 도로로 점유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개구리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아무 항의도 못합니다.
그들은 숙명으로 여기고 삽니다.
그리고 일부는 이렇게 처참하게 숨집니다.
봄이 오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줄 것인데
우린 그들의 목숨에 무관심합니다.
우리도 누구에게 개구리 같은 신세가
언제 될 지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2002.02.26
사천의 두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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