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못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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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꼭 지키겠다고 결심한 것이 있었다.
내 아이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가장 객관적으로 아이를 판단 할 수 있는 엄마가 될 것과, 또 하나는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거나, 자신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말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다.
이것만 지켜도 나는 엄마로서 할 일을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어리석은 생각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자신을 잃어 가고 있다. 내 머리 속은 항상 다른 아이들의 활동에 주파수를 맞추어 놓고 어느새 그 기준으로 내 아이를 잣대질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학교에서 돌아 온 아이에게 학교 생활이 얼마나 재미있었는가를 물어 보기 전에 받아쓰기를 몇 점 맞았는가에 더 관심을 가졌다. 모든 일을 적극적이고 열심히 해서 책임감이 있는 아이,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해서 봉사상을 받아 온 아이에게 난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천재가 되어 주기를 바랐다.
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능력만큼만 인정해 주리라고 다짐해 놓고서 어느 새 친구들의 점수에 관심을 가졌고, 그러는 사이 아이는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를 경쟁 상대로 여기고 있었으며 주어진 과제에 대한 성취감보다는 상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이것이 못난 엄마가 빚어낸 걸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정성을 쏟는 것에 비해 결과가 약하다고 가끔은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내뱉곤 한다. 이성적인 결심은 늘 감정에 밀려나 있고 나는 내 자식에게 완전하게 객관적이 될 수 있는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내 아이가 가장 훌륭하길 바라고, 무엇이든지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만능인이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못난 엄마였다.
이것은 늘 엄마로서의 자리만 지키려고 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한 번도 아이가 되어서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눈 같이 하얀 아이의 마음에 아이의 생각을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적도록 허락하지 않고, 욕심으로 가득한 나의 그림, 나의 생각을 채우려 했다.
'잔디를 밟지 마시오'란 팻말을 보고서는 사진 한 장도 찍으러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아이, 나쁜 말은 절대로 하면 안된다고 배웠다고 바보라는 말도 쓸 줄 모르는 아이, 길거리에 널려진 휴지를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를 융통성이 없는 아이라고만 단정지었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도 있듯이 내가 아이에게 배워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내가 아이가 되고, 아이의 생각이 내 생각이 되도록 하였더라면 나는 훨씬 더 훌륭한 엄마가 될 수 있었을텐데 교과서적인 틀을 정해 놓고 내 감정대로만 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제는 내가 아이에게 배워야 할 시간이다. 21세기를 짊어질 우리 아이들의 생각 속에 한 번 들어가 보자. 깨끗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 눈부시게 밝고 맑은 희망을 가진 마음이 보일 것이다. 서로가 부족한 것을 감싸주고 도와주는 사랑의 손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인 나의 행동을 통해서 아이에게 보여주려고만 하지 말고 아이에게 눈높이를 한 번 맞춰보자.
그러면 적어도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사람을 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일회용 용기를 사용할 때나, 샴푸를 쓸 때마다 늘 부끄럽다. 유치원에서 배운 환경교육으로 우리집 환경 파수꾼이 된 아이들에게 철저히 지키지 못하는 못난 엄마이기 때문이다. 많이 배운 나보다 우리 아이들이 훨씬 더 철저하고 완벽한데 아이에게 모범을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교만하고 어리석을 일인가. 이제 나는 결심을 다시 한다. 내 아이가 마음이 넓은 아이. 이웃을 생각할 줄 아는 아이 생각이 깊은 아이로 자라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마로서 뭔가 해 주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이를 통해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내가 알고 있는 어설픈 이론들을 강요하기보다 아이가 가진 생각에 내가 동화되는 것이 훨씬 더 여유있고 자신감을 가진 아이가 될 것이며, 이것이 바로 훌륭한 엄마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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