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와 뇌물
|
| |
|
|
| |
| |
| |
5학년이 된 딸아이가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땡볕에 그것도 조무래기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자면 선생님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님을 아는터라 다른 날 보다 소풍 가는 날엔 감사하는 마음에 깊이가 더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라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은 것이 나의 진심이고 솔직한 표현이다. 마음같아서는 정성스럽게 김밥 싸고 후식에 따끈한 커피까지... 이것저것 마련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내 형편이 형편인지라 늘 마음만큼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올해 아이가 소풍가는 날에 과일바구니를 하나 만들어서 보내드렸다.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먹을 것은 선생님께서 혼자 드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료교사들과 함께 나누어 드시기 때문에 마음에 생기는 부담도 받는 선생님이나 드리는 학부형으로서나 어느 정도 덜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딸아이가 소풍을 다녀 오더니 "엄마, 아이들이 과일 바구니 보고 엄마가 선생님께 뇌물 바친거래." 라고 하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천진스럽기 그지없는 아이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음에... "야! 너희들은 뇌물의 의미가 뭔지도 모르냐? 그게 어떻게 뇌물이냐?" 그랬더니 "선생님께 선물하는 것이 뇌물이지 뭐냐?" 하고 말싸움이 시작되었었나보다. 우리 딸아이가 " 뇌물은 우리 아이를 특별히 사랑해 달라거나, 안되는 성적을 올려달라거나 그러기 위해서 주는게 뇌물이지. 이건 선생님께 감사해서 드리는 건데 어떻게 뇌물이니? 그리고 뇌물이면 다른 선생님들과 다같이 나누어 드셨는데 그럼 선생님들 모두가 뇌물 받은거란 말이야?"라고 했단다.
선생님께 드린 것에 대해서 조금도 거리낌없이 당당한 아이가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인사로 인해 선생님께서 자신을 특별히 대우해 주실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는 마음은 아마도 선생님께서 편견없이 아이들을 대하신 증거이기도 하리라.
난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고 지금까지 한 번도 아이에게서 "우리 선생님은 누구만 예뻐해'하는 소릴 들어보지 못했다. 아이는 늘 선생님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5년 동안 바른 가르치심으로 아이들이 올곧게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 주고, 영양을 주신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커다란 행운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에 모든 선생님들이 그런 심성과 교육관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쉽게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 입장에서는 스승의날이라고 해서 어딘가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나를 가르쳐 주시고, 우리 아이들을 지도해 주신 선생님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