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시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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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언니의 시어머님께서 95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생전에 자녀를 아홉을 두셨으나 그 중에서 둘은 낳자마자 다시 하늘로 보내고 일곱을 키우셨다. 2남 5녀 중 막내인 우리 형부를 유난히 더 사랑하셔서 조금 기운이 남아 있으셨을 때는 교편을 잡는 언니 대신 조카들을 키워주시면서 기쁨을 맛보셨는데 연세가 높아지시면서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아지더니 3년 전부터 치매를 앓기 시작하셨다.
가끔은 그렇게 사랑하시던 막내 아들도 몰라보고 언니는 재가해서 들어 온 여자가 아들 등골 다 빼먹는다고 보는 사람들마다에게 말씀하셔서 언니를 난감하게 하기도 하였고, 밤새 장농을 뒤지시거나 배고프다 소리지르셔서 단잠을 깨워 놓기가 다반사였다.정말 벽에 오물을 발라 놓는 것은 기본이고..
치매를 앓으시면서 주위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일이 어디 한 두 가지일까?
그런 시어머님을 언니는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극진히 모셨다.
아침에 할머니 씻겨드리고 나서 학교 출근하였다가 점심 때면 집에 들러서 점심상 차려드리고, 그리고 저녁에 퇴근하면 목욕시켜 드리고 돌봐드리는 일을 3년 동안이나 하였다.
치매를 앓으시는 할머니도 아마도 그 정성은 아셨는지 돌아가시기 전에는 언니를 "엄마"라고 부르시기도 하였고, 언니가 돌봐드리면 "엄마 손이 최고여"라고 말씀하셨다.
그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어제 저녁 퇴근을 하고 마산까지 문상을 다녀왔다.
연세도 높으시고 중환이셔서 모두들 호상이라고 하였지만 그래도 형부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를 않았다.
형부는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단다. 언니의 지극한 정성을 보면서 마누라의 진가를 알았단다. 얼마나 귀한 사람인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내 마누라가 내 어머니에게 저렇게 잘하는데 나는 장모님께 저렇게 마음을 다하여 모셨는가를 생각하니 부끄러워졌다고 한다. 앞으로는 장모님을 정말 극진히 마음을 다하여 모실 것이라고 한다. 언니가 시어머님께 보였던 정성처럼..
언니는 언니대로 시어머님께 감사하고 있었다. 비록 몸은 힘들었다고 하지만 시어머님은 끝까지 언니에게 사랑을 보이시고 또 귀중한 것을 남겨주셨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형부가 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진 것에 얼마나 고맙고 만족해 하는지...
95세의 치매 할머니를 보내는 상가가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었다.
온 식구들을 힘들게 하였음에도 어린 조카들까지도 할머니의 돌아가심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모습들이 마치 아직 한창인 젊은이 한 명을 잃어버린 듯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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