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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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상님을 뵈면서 참 많이 친정 아버지지를 떠 올립니다.
어쩌면 그렇게 비슷하신지...
그래서 작년 가을에 써 두었던 아버지에 관한 글 하나를 올립니다.
옆에 앉은 동료 선생님의 친정 아버지 부음 소식을 들었는데, 작년 여름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 생각이 새롭게 솟아올라 자꾸만 내 가슴이 뛰고 눈물이 흘러 주체할 수가 없었다. 생전에 못다 한 효를 평생 눈물로 드리겠노라면서 영정 앞에서 울음을 삼켰던 다짐이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눈에 그렁그렁 방울을 매달게 하는 모양이다.
아버지...
난 아버지를 결혼한 후에도 아빠라고 불렀다. 다른 이들은 다 큰 자식이 저도자식을 키우면서 아빠가 뭐냐고 나무랐지만 그래도 아빠라고 부르는게 좋았다. 다른 면에서는 보수적이시고 꽤 엄한 편이셨음에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그다지 책망하지 않으신 것을 보면 막내딸이 언제까지나 어린애로만 생각되셨기 때문이 아닌가싶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내 아버지는 막내딸에 대한 사랑이 유난히 깊으셨다.
말씀이 없으셔서 평생 하신 말씀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인 아버지를 두고 엄마는 "너희 아버지랑 같이 있으면 얼마나 말이 없는지 입에서 먼지가 풀풀 날 것 같다`고 투정을 하셨다. 내가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 것도 - 대화라고 하기도 뭐한 몇 마디 정도였지만- 몇 번 안되는 기억에 불과한걸 보면 아버지는 평생을 말없이 사신 분이 틀림없다.
그러나 난 안다. 아버지가 얼마나 자상하시고 정이 많으신 분인지를..
그리고 막내딸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를...
초등학교 소풍 때 아버지께서 밤새워 재봉틀에 광목을 박아서 베낭을 만들어 주셨던 기억이 난다. 태백산 자락에 자리잡은 아주 깊은 산골 조그만 마을에서 베낭을 메고 소풍 간 어린이는 아마도 나 혼자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한 바늘 한 바늘 밤새 엮어간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베낭 안에 밀크 캬라멜 한 통, 껌 한 통, 김밥, 그리고 삶은 달걀을 넣어서 달랑달랑 어깨에 메달고 가는 모습을 보시면서 아마도 아버지는 행복하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사랑을 말없이 그렇게 표현하셨다.
슬하에 2남 4녀를 두시고 5남매를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서울로 유학을 보내서 공부하게 하셨지만 막내인 나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곁에 두셨다가 고등학교 진학이 임박해서야 겨우 서울로 보내주셨다. 나만 촌뜨기 만든다고 나도 서울로 보내달라고 조를 때마다 내년에는 꼭 보내주마 약속하시면서도 선뜻 보내지 못한 것이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임을 난 안다.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에도 다른 이들이 간병할 때에는 밤새 뒤척이시면서 잠을 못자게 하였다는데 내가 간병하는 밤이면 아침이될 때까지 잘 주무셔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잘 주무셨던 것이 아니라 고통스러워도 밤새 참으신 것일게다. 다음 날 출근할 막내딸이 안스러워서 행여 내가 깰까 오히려 아버지가 조심조심 나를 재워 주셨던 것이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기운이 쇠하셔서 말씀을 못하실 때에도 마지막까지 부를 수 있었던 이름이 막내딸 이름이다. 숨을 가쁘게 몰아 쉬고 목에 그렁그렁 쇳소리를 내면서도 유독 내 이름은 온 힘을 쏟아 부르셨다.
그런 아버지를...
아무런 의식없이 목숨을 이어가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고, 차마 볼 수 없다고 이제 그만 편히 가시게 해 달라고 했다.
단 하루라도, 단 한 시간만이라도 다시 살려내달라고 매달려 보지 않고, 인명이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은 가야할 인생길이라 단정해 버리고는 의식없는 아버지를 붙잡고 조금만 더 깨어있으라고 매달려보지 못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하나도 서운함이 없이 의연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마지막
을 보여 주셨다. "아빠, 미안해.."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직장 생활한다는 핑계로 한 번도 제대로 자식 노릇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
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져 명치 끝이 아리도록 아파서 평생 아쉬운 후회로 남을 것임을 알면서도 따뜻한 식사 한 번 손수 해드리지 못한 불효자이다.
아버지는 지금도 이런 막내딸이 안스러워서 본향에서도 걱정스레 지켜보실 것이다. 그런들 무슨 소용이랴. 이제는 이렇게 낙엽지는 소리에도 덩달아 눈물짓는 일 밖에는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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