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 미
맑은 영혼으로 보듬어 주는 고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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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 반가운 비다. 말 그대로 단비이다. 오랫동안의 가뭄으로 인해 농부들이 비를 기다리면서 참고 참았던 마음이 이제는 이기심으로 불거기지 시작하던 참에 아직 해갈에는 턱없이 모자란다지만 그나마라도 와 주니 고마웠다. 비가 오는 것이 고맙다 느껴보긴 첨인 것 같다. 4교시에 수업하러 온 건영이와 동민이가 둘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건영이 너 아까 왜 울었어?" "아니야, 안 울었어." "울었잖아." 건영이는 좀체로 울지 않는 아이이다. 그만큼 뚝심이 세다고 할까. 친구들의 놀림에도 별로 속상해 하지 않고, 매사에 열심인 아이다. 그런 건영이가 울었다니.. "건영이 울었니? 왜 울었는데?" "..." "왜 울었는지 말해 봐." "친구가 때려서요." "친구가 때려서 싫었니? 그 친구는 건영이가 좋아서 장난을 친 걸 수도 있는데.." "아니에요. 맨날 때려요. 지나가다가 그냥 때리고 가고, 나를 볼 때마다 때려요." "그래서 속상했구나.. 그럼 선생님이 불러다 혼내줄까?" "네" 왠만하면 아니오 그냥 두세요 할텐데 이번에는 혼내주라는 것보니 그동안 맞은 것이 굉장히 억울했던 모양이었다. 점심시간에 건영이를 때렸다는 친구를 불렀다. "건영이가 아까보니 울던데 왜 울었는지 아니?" "네, 내가 때려서요." "그래? 왜 때렸는데?" "..." "건영이가 너에게 맞을 짓을 했어?" "아니오." "그럼?" "그냥요." "그냥?" "그럼 건영이 때린 것이 오늘처음이니?" "아니오""그냥 괜히 많이 때렸어요." "그래? 그럼 건영이가 맞을 때 기분이 나쁠거라는 생각은 해 봤니?" "아니오 그런 생각 한 번도 안해 봤는데요." "누가 괜히 너를 때리면 넌 기분 좋겠니?" "아니오. 나빠요." "그런데 넌 건영이를 그렇게 때렸어?" "넌 건영이를 심심하면 때리면서 너 행동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 있어?" "한번도 없는데요." 여기서 난 자제력을 잃어야 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생각하겠다 한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말이다. 어느 부모가 심심풀이 땅콩처럼 친구에게 맞았다는데 이성적으로 대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주 태연하게 자기가 한 행동이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아이 앞에서 과연 내가 부모였다면 그렇게 침착하게 이성적일 수가 있었을까. 그런데 나는 처음과 똑같이 침착한 행동으로 차근차근 그 아이의 잘못을 짚어나갔다. 완전히 전형적인 교사의 자세로... 그 아이가 그동안 잘못했다는 생각을 심어준 후에 돌아가서 건영이에게 사과할 것과 지금까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문을 써오게 한 후에 돌려보냈다. 돌아서서 가는 아이의 모습에서는 그리 크게 반성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소 귀에 경을 읽은 느낌... 그리고는 하루종일 속이 상했다.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내 가슴 속에 건영이의 울음소리로 파고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