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하고 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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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
아들이 군입대 하는 날
공수부대 간다 해병대 간다 하며
그토록 용감한 척 하던 아이가
며칠 째 두문불출 말이 없습니다
친구와 함께 시간 보내기도 않고
그 좋아하던 컴퓨터 게임도
뜸하더니만
느닷없이 머리 탈색제를
사들고 들어와선
신문지를 바닥에 깔아놓고 어깨를 덮고
길거리 도사같은 모습으로 앉아서
머리에 처덕처덕 탈색제를
바르고있습니다
곧 잘라낼 머린데
약값이 아깝지 않니?
묻는 나에게
제대할 때까지 염색할 수 없서서
그런답니다
아쉬운 것들이 한둘이
아닌가 봅니다
해 볼 것도 많고
가 볼 곳도 많은데
엄두는 나지 않고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이것저것 체념하고 단념하는 것들이
늘어나나 봅니다
여자 친구도 만들어 놓지 못하고
군 입대를 하는 아들이 안스러워
"엄마하고 추억 만들러 가자"
꼬드겼지요
처음엔 안간다고 하더니만
제 설득에 승낙을 했습니다
어떻게 꼬셨냐구요?
형주야
너 세살때는 말이지...
너 다섯살때 얼마나 웃겼는지 알어?
그리고 너 입학시키던 날
호호호 그건 기억하니?
너 소풍갔던 날
너 운동회 하던날...
그날은
그날도
하면서.......
앨범을 펼쳐놓고
지난 기억들을 떠 올려 주면서 군대에
그냥 보내면
널 기억할 일들도 하나 없을것 같다 했지요
아들과 단둘이서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목적지 정해지진 않았지만
그동안 살아오면서 공유했던 추억들
다시 되새김질 해보며
우리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그리고 아들이
부재중인 동안에 일어날 일들과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볼 생각입니다
잘해준것 없이
아이들에게 입힌 깊은 상흔들
세월 한참 흐른뒤에나
이해와 용서가 가능하겠지만
미용실에서 한 것보다
머리탈색이 멋있게 나왔다며
만족하여 피아노를 치는 아들이
오늘은 더욱 어린애 같이
귀엽습니다
형주야~~~
머리 그렇게 하니까 귀엽네
던지는 내 말한마디에
귀엽다니요 엄마 징그럽게...합니다
아들들 입대 시키고
우는 소리 하던 친구들이
이제서야 제대로 이해가 됩니다
아흐~~~~~~~벌써 눈물이 고여요
불이(200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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