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산, 감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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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도 푸른 청명날
새소리 따라 하늬바람과 손 붙들고
명지산에 올라 감태나무를 본다.
아기 손모양의 이파리에 보석 같은 이슬이
돌돌돌 묻어 있다
거기엔
핏줄 같은 잎맥이 생명선으로 오솔길도 내고 있네
늦가을 만장 붉게 두른 산 어깨에서
한 생 훌훌 털고 바람보다 먼저 겨울로 갔던
키 작은 감태나무…
네가 오늘 새 생을 내밀고 있구나
스무 세 해 전 아내가 출산할 때의 신음이
내 귓바퀴를 돌아 들어와 고막을 찢는다
점액질 양수가 흘러 허리 주위가 흥건하구나
땅 밖으로 나온 뿌리는 네 탯줄이었지
감태나무,
너도 여름이면 다시 푸른 그늘 드리우고
또 다른 생을 거느려야지
감태나무 곁 백진달래가
전등보다 뜨겁게 산실을 밝히는 아침
나는 산에서 아내가 출산하는 모습을 보았다
(2006.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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